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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네팔 청년의 한 마디 “살고 싶어요”

  • 상생
  • 입력 2017.01.09 16:17
  • 수정 2017.01.09 16:18
  • 댓글 2

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라주씨는 매일 아침 아주머니 집에 모셔진 불단 앞에서 꼭 병이 나아 네팔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코에서 떨어진 피가 셔츠를 붉게 물들였다. 휴지로 지혈을 해보지만 쉬이 멈추지 않았다. 계속 피가 떨어졌다. 몸에서 열이 나고 옆구리가 결려왔다. 네팔에서부터 있어왔던 통증으로 으레 그렇겠거니 넘기기엔 몸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코피는 멈추지 않았고 열로 인한 어지럼증과 구토를 견딜 수가 없었다. 의사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이라고 진단했다. 옆구리 통증의 원인이었다. 초기에 발견했으면 쉽게 완치할 수 있었지만 네팔에서부터 방치한 병은 이미 많이 악화된 상태였다. 

20대 후반 네팔인 라주씨
입국 3개월에 혈액암 발견
치료·수술비 등 1500만원
몸이 아파 일할 수도 없어

네팔 청년 라주(26). 가난한 살림에 먹고 살기 바빠 제대로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던 어머니는 네팔에 있던 라주를 2014년 한국으로 데리고 왔다. 선진화된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네팔로 돌아오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있었기에 흔쾌히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어머니는 그동안 한국에서 벌었던 돈을 거의 다 써서 라주의 학생 비자를 만들었다. 무려 1000만원.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고 모은 돈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고생을 알기에 한국에서의 생활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일하던 가게에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몸을 움직인 만큼 돈을 벌 수 있었기에 공부하는 시간 외에는 늘 가게 일을 도왔다.

한국에서의 생활에 차차 적응해 갈 때쯤 옆구리 통증이 재발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구계 세포가 백혈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악성 혈액질환이다. 유전자 이상으로 혈액세포가 과다 증식해 백혈구와 혈소판 등이 증가하며,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혈액암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하기 어려운 질병인 만큼 네팔에서의 통증을 그냥 넘긴 것이 이제는 병으로 자리잡은 것이었다. 한국에 온지 3개월만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백혈병 판정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어머니는 불법체류자 단속에 적발돼 네팔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집안 살림을 돕고 공부도 하면서 제 미래를 준비할 것을 상상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네팔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국에 들어왔는데, 백혈병 판정을 받고 어머니마저 단속에 걸리자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몸도 성치 않은데 당장 머물 곳도 없었다. 어머니가 일하던 식당 기숙사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었다. 어머니는 네팔로 돌아갔고 라주도 일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혼자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어야만 생활이 가능했다. 그때쯤 한국에 살고 있는 고향 아주머니와 연락이 닿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딱한 상황을 알게 된 아주머니는 라주를 자신의 집에서 지낼 수 있게 해줬다.

2014년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6개월에 한 번씩 골수검사를 하고 있다. 한번 검사를 받으면 3일 동안 일상생활은 불가능하다. 병원에 입원해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견디고 나면 온몸에 힘이 빠져 기력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된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하는 일이라곤 휴식을 취하는 것 뿐, 공부도 할 수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절망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병원에 다니며 골수 검사를 하고 피검사를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는 것이 아니라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일 뿐이니까요. 네팔에서는 악화를 막는 약조차 구하기 힘드니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일을 할 수 없어 자신의 치료비는커녕 생활비도 벌지 못하는 라주를 고향 아주머니가 도와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신세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완치 가능성이 있는 수술은 감당하기 힘든 비용 탓에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매달 받아야하는 피검사, 3개월마다의 수혈, 6개월에 한번씩 골수검사로 인해 현재 갚아야 하는 비용은 900만원, 수술비용을 합치면 15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라주는 고향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자신의 가게를 갖고 네팔과 한국을 잇는 상인이 되는 것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아주머니 집에 모셔진 불단에 매일 아침 기도할 뿐이다. 언제 병이 악화돼 목숨을 앗아갈진 모르지만 하루하루 올리는 그의 기도는 생을 향한 간절한 열망이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75호 / 2017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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