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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타카란 ②

고대 인도서 이어진 불교문화 한 축

▲ 인도 산치 북쪽탑문의 웨산따라자타카.

자타카(Jātaka)는 기본적으로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문헌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존하는 자타카에 대한 자료들 중에서 가장 고층을 이루는 것은 문헌 자료가 아니라 고고학적 자료들이다. 인도 중부 산치(Sanchi)와 바르후트(Bharhut)의 불탑은 부처님의 일생과 자타카 이야기를 표현하는 부조들로 가득 차 있다.

불전 문자화되기 이전에는
대탑에 부조형태로 표현돼
예술성 가미돼 생생한 감동

바르후트의 경우 불탑 둘레를 둘러싼 붉은 사암으로 만든 난간에 원형의 양각으로 조각된 수많은 자타카 이야기들이 장식되어 있다. 현제 바르후트의 탑문과 난간은 인도 골카타의 인도박물관으로 옮겨져 웅장하게 전시되고 있으며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과 순례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원전 100~80년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부조들에 초기 브라미 문자로 각각의 자타카의 이름들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인도불교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에 나타나는 몇몇 자타카들이 팔리본 자타카나 자타카말라(Jātakamāla) 등과 같은 현존하는 문헌들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확인되지 않는 자타카들은 아마도 불탑이 조성된 지역에서 또는 특정한 부파에서만 통용됐던 이야기로서 자타카가 문자화되기 이전 단계에 속하는 고층의 자타카였을 가능성이 높다.

산치대탑의 탑문에는 한편의 웅장한 서사시처럼 부처님의 일생 이야기와 자타카 이야기들이 아름답고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다. 아마도 기원전후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산치의 부조들은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강렬한 모습으로 당시 불교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준다. 산치의 수많은 자타카 부조들 중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북쪽 탑문을 장식하고 있는 웨싼타라자타카(Vessantarajātaka)라고 할 수 있다. 탑문 상단에 낮은 부분에 앞뒤로 이야기의 순서에 따라서 21가지 장면들이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인도불교유적지를 통틀어서 한 자타카가 이렇게 자세하고 세밀하게 묘사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상 웨싼타라자타카는 547개로 구성된 팔리 자타카의 가장 마지막 이야기로서 오늘날 남방 불교권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야기이며 남방불교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청정도론(Visuddhimagga)’ 만큼이나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고대 인도에서 현대 동남아시아로 이어지는 도도한 불교문화의 한 축을 자타카가 담당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바르후트와 산치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자타카 부조들은 오늘날 문헌으로 남아있는 자타카와 내용적으로도 꼭 일치하지 않는다. 동일한 이야기를 묘사한다고 해도 세밀한 부분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타카는 수많은 전생에서 부처님께서 행한 덕행과 공덕을 통해 우리에게 종교적인 감동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는 자타카가 문헌으로서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방식과 부조나 벽화와 같은 예술작품으로서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방식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부조와 벽화를 제작하는 예술가들에게 부여된 일정정도의 표현의 자유가 바르후트와 산치의 자타카 이야기들에 생명력을 부여했고 우리들에게 깊은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375호 / 2017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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