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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 문화재청의 관람료 실태조사 논란

  • 성보
  • 입력 2017.01.12 21:17
  • 수정 2017.01.17 17:36
  • 댓글 6

조계종과 협의·고지 절차 없이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 조사
조계종 법령 정비방안까지 도출
“폐지 위한 형식적 절차” 의혹
조계종, “헌법정신 위배” 비판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이 독단적인 행정으로 조계종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헌법의 정교분리 정신까지 위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계종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종단과 협의는커녕 고지조차 하지 않고 8개월여 동안 사찰을 무단출입하는 비상식적 방식을 동원해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연구용역 기관에 조계종 법령의 문제점을 분석하게 하는가 하면 정비방안까지 도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 조사’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실시됐다.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이후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로 제기된 갈등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면서 속초 신흥사, 양평 용문사, 무주 안국사, 구례 화엄사, 합천 해인사, 진안 금당사, 청송 대전사, 원주 구룡사, 정읍 내장사, 평창 월정사 등 10곳을 이른바 ‘민원이 빈발하고 있는 전통사찰’로 지정해 조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선정된 사업자가 녹색연합 부설 녹색사회연구소라는 점에서 정해진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형식적인 연구용역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2007년 설악산 등에서 문화재관람료 징수 거부 운동을 전개하는 등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견지했었기 때문이다. 녹색사회연구소 또한 문화재 관련 연구소가 아닐뿐더러 제출한 연구용역 참여자들의 분야가 이번 용역과 연관성이 없어 부적절한 선정이었다는 게 조계종 측 주장이다.

조사 내용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확인되고 있다. 우선, ‘문화재보호법상 관람료 징수 관련 규정의 문제점 분석 및 정비방안’을 과업으로 지정해 문화재보호법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조사를 실시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관람료 폐지 및 징수위치 변경 등에 따른 사찰 수입 손실분 보상 방안’까지 과업으로 책정한 것은 문화재청이 이미 폐지 수순을 밟기 위한 절차로 조사를 실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재관람료 책정수준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안 마련’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점에서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 문화재보호법상 권리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조사가 조계종과 협의는커녕 알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진행됐으며 조계종 내부 종규의 정비방안까지 도출하도록 지시했다는 점이다. 조계종에 따르면 종단이 이번 연구 용역의 내용을 파악한 시기는 조사가 시작되고 한참 후인 지난해 11월4일이었다. 조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이었던 만큼, 무단출입으로 인한 불법적 요소가 다분하며 나아가 민간사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과 자연공원법은 물론이고 조계종 내부 종규의 문제점과 정비방안까지 조사하도록 해 안하무인식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상식적 행태에 대해 조계종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제외하고도 문화재청 측이 무형문화재인 연등회에 대해 단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법인화를 강요하는 등 “국고를 빌미로 불교계에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전승하는 역할은 법인화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하게 수행하고 있음에도 개별 종목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편의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문화재청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자승 스님은 “현재 문화재청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전에 무관심하고 관료조직에 안주하여 일방적을 행정을 펼치는 등 소통에 취약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며 “국립공원 등 보전이 필요한 국가유산의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관리를 위한 새로운 정부기구의 개편방안을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제안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종단과 해당 사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사찰 10곳을 선정해 해당 사찰들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며 “뿐만 아니라 조사 내용도 문화재보호법의 입법 취지를 전면 부정한 것이고, 정교분리의 헌법정신과 종교단체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정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종단에서 연구의 즉각 중단과 결과물 폐기,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두 차례에 걸쳐 보냈으나 1월9일 전까지 공식적인 답변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비공식 접촉을 통해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며 “적절한 답변이 없을 시 문화재청과의 일체 협력을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1월12일 문화재청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대변인실을 통해 질의서를 보내달라”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이에 질의서를 송부했으나 현재까지 답변서를 보내오지 않고 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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