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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에 담긴 정서, 우리 소리로 담아내도록 더욱 정진할 것”

  • 만다라
  • 입력 2017.01.16 16:19
  • 수정 2017.01.17 01:25
  • 댓글 0

크로스오버 싱어 권미희

▲ 권미희씨는 한시에 담긴 정서를 현재의 언어와 표현으로 번역해 노래에 담을 수 있기를 발원한다.

사람의 목소리는 ‘제2의 얼굴’과도 같다. 저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목소리도 개개인마다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 사람을 규정하고 인식하는데 목소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차세대 국악가수 권미희씨는 독보적이다. 청아한 음색에 국악창법이 더해진 남다른 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요무형문화제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전수자이자 명창 김추자 선생에게 판소리와 남도민요를 사사한 소리꾼이다. 그럼에도 우리 고유의 소리와 서양음악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요소를 접목시켜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으니 ‘크로스오버(Crossover) 가수’라는 표현이 더 옳을 듯싶다.

9살 국악 접하고 소리꾼 발원
김추자 명창에게 판소리 사사
한시 번한곡으로 대중에 인사
전통문화 대중화 위한 노력도

대중들은 노래 잘하는 ‘팔도 유랑가수’로 더 많이 기억한다. 2015년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해 이선희의 ‘인연’을 완벽한 가창력으로 소화하면서 권·미·희 세 글자를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표현이야 어떠하든 자신만의 색깔과 실력을 갖춘 가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국악’에 기반한 창법은 대중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질 만큼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그녀가 처음 국악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다. 우연한 기회에 남도의 소리를 듣고, 폭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이와 몸짓으로 전해지는 감동에 매료됐다. 그날부터 ‘소리꾼’은 삶의 목표가 됐다. 가야할 길이 명확해진 만큼 노력에 노력을 더했고 연습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그러나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그 길에는 큰 장애가 있었다. 우선 소리꾼이 되는 정규코스인 국악학교로의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고액의 수업료를 부담하기에는 집안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마저 접을 수는 없었다.

“수학교육과에 진학했지만 이내 내 길이 아님을 깨달았죠. 결국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국악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노력 끝에 대구예술대학에 편입했고 가야금을 전공했습니다.”

 
어렵사리 잡은 기회를 다시 놓치지 않기 위해 두배 세배 노력했다. 어린 시절부터 국악의 길을 걸어온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평범한 노력만으론 부족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했고, 열심히 노력했다. 노력의 시간만큼 결과도 뒤따랐다. 대구 창작국악경연대회를 비롯해 전국국악대전에서 대상과 금상, 우수상 등을 차지했다. 또 2009년 전국노래자랑 상반기 결선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이곳저곳서 대중가수로의 제의가 들어왔지만 그녀의 선택은 오직 ‘국악’ 하나였다. 한 길만을 바라보던 그녀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던진 것은 중견 작곡가 임정호씨와의 만남이었다. 한시(漢詩)를 가사로 한 국악풍의 가요를 앨범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에 마음이 동했다.

“국악인 되기를 바랐기에 다른 음악은 생각지 않았지만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때였죠. 그러던 중 흥선대원군의 빈한시(貧寒詩)를 가사로 한 노래를 접하게 된 거예요.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사는 물론 가락에서 대중가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묵직한 여운과 진한 감동이 전해졌습니다. 우리네 정서가 담긴 한시를 대중적인 가락에 맞춰 국악창법으로 부른다면 우리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고 대중화하는 일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2010년 첫 한시앨범 ‘빈한시’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배경이다. 같은 해 두 번째 한시앨범 ‘경도십이영’, 2014년 세 번째 한시앨범 ‘밤 달빛 아래’, 찬불가앨범 ‘그리움’, 2016년 싱글앨범 ‘님아’를 연이어 선보였다. 그렇게 자신의 노래로 무대에 서면서 국악가수 권미희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려나갔다. 1년 평균 100회, 3일에 1번꼴로 무대에 서서 자신만의 색깔과 음악으로 청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가장 많이 오르는 무대가 산사음악회입니다. 산사는 한시와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자 온전히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무대이기에 매순간 최고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2014년 달구벌관등놀이 행사 당시 세월호 사건으로 모든 공연이 취소됐음에도,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찬불가 ‘나무대성인로왕보살’을 준비한 제 무대는 예정대로 진행됐어요.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객석과 무대가 하나 된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최근 그녀는 새로운 목표 하나를 세웠다. 한시에 담긴 정서를 현재의 언어와 표현으로 번역해 노래에 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중과 한발 더 가까워지길 발원한다.

“한시에 담긴 정서를 지금 세대에 올곧이 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합니다. 제게 주어진 과제라 생각합니다. 스님들의 선시를 포함해 조상들이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이 쉬운 노랫말을 통해 감동으로 전해지도록 도전할 계획입니다.”

현재 그녀는 퓨전국악밴드 ‘스웃풍류’ 리더, 한국전통문화 노리터 대표, 문화나눔캠페인 ‘행복한 메아리’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우리 소리를 통한 전통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정진하는 크로스오버 국악가수 권미희씨. 그녀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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