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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고영섭 한국불교사연구소 소장

“역사의식 부여해 불자 개개인 주체성 회복”

▲ 고영섭 교수는 “‘역사의 주체는 나’라는 인식을 가질 때 개인은 주체적 존재로 거듭날 것이고, 때문에 역사를 보는 눈, 비판적 안목과 시선을 부여하는 일은 결국 한국불교의 질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으로서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데 기준이 되어준다. 사회구조의 두께가 나날이 증폭되고 있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인간의 행위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개별적 행위들이 상호작용하며 비롯된 사회적 양상들은 해당 시기의 구조적 틀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때로는 원인을 짚어내기 힘들 만큼 복잡하게 발현되곤 한다. 따라서 역사는 현시대를 명징하게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할 뿐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데에도 핵심 역할을 한다. ‘역사를 아는 자는 무너지는 담장 아래 서지 않는다’는 ‘정관정요(貞觀政要)’의 명언도 같은 맥락에 닿아 있다.

잡지 ‘문학 사학 철학’과 함께
2005년 6월 창립…세미나 15회
학회지 ‘한국불교사연구’ 발간

대학 시절부터 윤독회 이끌어
공동연구·집단지성 함양 매진
인문학 전문·대중성 접점 모색

저서·논문 등 왕성한 연구활동
현대불교문학상…문학도 두각

하지만 불교는 역사를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 ‘교외별전(敎外別傳)’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의미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문자 자체를 멀리한다거나, 계보 중심의 전등사에 치우쳐 불교가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왔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것이다. 제반 학문의 근간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역사학이 불교학계에서 비교적 낮은 위상을 차지하는 것은 이러한 경향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한국학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한국불교역사와 한국불교사상 연구의 소홀한, 미진한 부분을 찾아 연구를 확장해오고 있는 한국불교사연구소는 현재 한국불교학계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05년 창립 이후 소장으로서 11년 동안 한국불교사연구를 이끌어온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각 주제의 전문가를 초빙해 토론하는 집중세미나를 15회 개최했다. 그 성과물을 담은 학회지 ‘한국불교사연구’도 9호까지 펴내 불교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특히 ‘한국불교사 기술의 몇 가지 문제들’ ‘분황 원효 연구의 몇 가지 과제들’ ‘광해군 시대의 재조명’ ‘대한시대 인문학자 불교학자 탐구’ ‘임란 호란 전후의 사회상과 불교상’ ‘불교가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 등 역사와 사상을 아우르는 주제를 선정해 집중세미나를 개최함으로써 한국학의 외연을 넓혀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불교사연구소 설립과 동시에 인문학 반년간지 ‘문학 사학 철학’을 창간해 현재 2016년 가을·겨울 통합호인 46·47호까지 발간했다. 이를 통해 이름 그대로 문학·역사·철학은 물론 종교·예술에서 서평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인간학·고전학을 탐구해오며 인문학계에 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고영섭 소장은 “불교는 인문학의 본령이자 정수로, 단순한 종교학의 의미를 넘어 문학·사학·철학과 정치·경제·문화의 융합이기에 이만큼 넓고 깊은 학문은 없다고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와 같은 인식이 불교학계 외부에서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면, 내부에서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위기로 인해 그 의미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진했던 불교사 연구를 활성화시키고, 기존 연구의 ‘빈틈’을 채우는 것에서 나아가 불교를 중심으로 학문들을 융합하려는 노력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의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고영섭 소장이 한국불교사연구소와 학회지 ‘한국불교사연구’, 잡지 ‘문학 사학 철학’ 등을 통해 불교사 연구와 제반 학문의 융합에 집중해온 것은 그간 학계안팎에서 축적한 경험들과 무관하지 않다. 고영섭 소장은 1980년대 초반부터 고전을 공부하는 고려대 동아리 동수회(東修會)의 윤독회에 참여하며 공동연구와 그에 따른 집단지성 함양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입대 직후 부대에 법당이 없어 컨테이너에서 법회를 보는 모습을 목격하고 군법당 건립을 이끌어내기도 했으며 제대한 후에는 동국대 불교학과 학생회장을 맡아 학우들의 신행을 북돋웠다.

불교가 사회에 투영되는 새로운 방식을 탐색해 현실을 제고시키자는 데 후배들과 뜻을 모으고 학생회와 연계해 일본의 석학 등을 초청해 특강을 개최했다. 도올 김용옥 교수와의 인연으로 도올서원에서 ‘금강경’ ‘맹자’ ‘노자’ 등의 특강을 기획·진행했던 것은 동수회 활동 등과 함께 고영섭 소장의 학문활동 방향성 정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1998년 2월 ‘문아 원측과 그 교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2년 한국불교사연구소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대발해동양학한국학연구원을 개설해 특강과 윤독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인문학·동양학·한국학의 전문성과 대중성의 접점을 모색했다. 2003년 동국대에 임용됐으며 같은 해부터 ‘금강경’과 ‘대당서역기’ 윤독회를, 2005년부터는 ‘화엄경 입법계품’ ‘조선불교통신사’ 윤독회를 이끌었다. 2005년 6월 대발해동양학한국학연구원 산하에 한국불교사연구소를 개소해 집중세미나 개최, 학회지, 잡지 발간에 이어 각종 고전 윤독회와 ‘역사 철학 기행 및 원효학 특강’ ‘법현불국기’ ‘해동고승전’ ‘삼국유사’ 독회를 운영해오고 있다.

또한 일본 용곡대학에서 2006년, 2012년 두 차례 한국불교 교환강의를 진행했으며 하버드대학 아시아센터 한국학연구소 연구학자로 활동하는 등 한국불교를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도 펼쳤다. 그 사이 ‘원효, 한국사상의 새벽’ ‘분황 원효의 생애와 사상’ ‘삼국유사 인문학 유행’ ‘불학과 불교학’ ‘한국사상사’ 등의 저서와 ‘분황 원효의 화회논법 탐구’ ‘지눌의 진심사상’ ‘만해의 일본불교 인식’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동국인문학술상, 반야학술상은 물론 현대불교문학상, 한국시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학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전개해온 고영섭 소장은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불교학계의 현주소를 타인의 연구 결과를 가져오는 수입학과 기존 연구의 오류를 지적하는 시비학 사이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궁극적으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창조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님이 중심이 되는 현실을 지양하고 재가자들에게 역할을 부여해 전문성을 끌어올려, 불교계의 수준과 격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개별적 시각이 거세됐던 불자 개인들에 주체성을 부여할 때 비로소 전체로서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고영섭 소장의 지적이다. 윤독회, 역사 철학 기행 등으로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영섭 소장은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 부재한 현재에 이를 환기시키고 자극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게 역사학의 역할”이라며 “‘역사의 주체는 나’라는 인식을 가질 때 개인은 주체적 존재로 거듭날 것이고, 때문에 역사를 보는 눈, 비판적 안목과 시선을 부여하는 일은 결국 한국불교의 질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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