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잊기에 반복해서 교육해야
눈과 귀만 집중하고 딴생각만
반면 어린이는 집중력 빼어나
우리들은 나이가 들면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된다.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보편화 되었다. 평생토록 교육한다는 의미이지만 실은 어른들에게 뭔가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성인들에게 뭘 가르치다보면 신기함을 느낀다. 모두 눈도 깜박이지 않고 열중하여 듣기에 강의하는 기분이 너무 좋다. 하지만 이것 모두 내가 순진했을 때 느낌이었다.
언젠가 강의를 받는 사람들이 바뀐 줄 알고 지난번에 했던 이야기를 했다. 모두들 너무나 진지하게 들었다. 한참 강의 하다가 지난번에 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였다. 지난 시간 강의 한 내용인줄 알고 겸연쩍게 말을 바꾸니 계속 해 달라고 한다. 지난번에 했었지 않느냐고 말하니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모두들 잊어버린 것이다.
한참 후에 안 일이지만 어른들은 진지하게 듣는 것 같지만 정말 놀라울 정도로 금방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나도 피교육생이 될 때는 매 한가지겠지만 말이다. 이러니 평생교육생들은 정말 평생을 가르치고 또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 천진불을 다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3년 전 정기공연 때 중국노래를 불렀다. 우리들에게 제법 잘 알려진 노래인 ‘첨밀밀’과 ‘월량대표아적심’이었다. 어린이들이 부르기에 적합지 않았지만 악보 구하기도 힘들었고 워낙 대중성이 있는 곡이라 선곡하여 연습시켰다. 연습시키면서 너무나 놀랐다. 리틀 붓다들이 가사를 1주일 만에 대부분 다 외워 온 것이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지금도 우리 합창단들은 그 곡들을 거침없이 부른다.
어린 아이들의 집중력과 기억력은 알수록 놀랍기만 하다. 정말 우리도 어린 시절에는 저랬을까 믿기지가 않는다. 강의시간에 집중하는 듯 강의를 듣는 어른들은 눈과 귀는 강사에게 집중하지만 생각은 쉬지 않고 자신의 일이나 강의 내용과 연관된 일들을 추론하기에 바쁘다. 그러다보니 막상 강의 내용이 새롭게 기억 될 틈이 없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눈과 몸은 집중하지 않는 것 같지만 생각이 많지 않아 들으면 듣는대로 새로운 기억으로 남기는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한 아이가 물었다. “스님, 우리가 부른 노래가 무슨 내용이에요?”
순간 뭐라 답을 할까 망설이다가 “너는 노래의 느낌이 어떤 거 같니?”하고 물었다.
“쫌 슬픈 거 같아요.” 거침없이 자기의 느낌을 말했다. 리틀 붓다에게 말을 한들 어찌 알겠는가! 애잔한 연인들의 이별의 그리움을….
언젠가 그들이 노랫말의 의미를 알 때쯤이면 생각할 꺼다. ‘참, 우리스님은 왜 어린 우리들에게 이런 노래를 그때 부르게 했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원망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때는 그들도 이별의 그리움에 몸부림 치고 있을 테니까. 어쩌면 감사해 할지도 모를 일이다.
세월은 어른들에게 불필요하게 무겁다. 하지만 어린 아이에게 시간은 솜틀처럼 가벼우리라. 자유로운 그들의 영혼처럼 말이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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