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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흥사 창건

기자명 이병두

근대 한국불교 지탱시킨 인재산실

▲ 원흥사 창건 기념 법회. 1902년으로 추정.

서울시 종로구 지봉로 73(창신동 128-32)에 자리한 창신초등학교는 한국 근대 불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원흥사가 있던 곳이다. 원흥사는 부지 매입 등 필요한 경비 대부분을 황실 내탕금으로 부담하여 1902년에 창건한 뒤 ‘대법산국내수사찰(大法山國內首寺刹)’로 지정하고, 좌우 교정(敎正)·선의(禪議)·강의(講議)·이무(理務)·도섭리(都攝理)등 여러 직제를 두어 전국 사찰을 통합 관리하려 시도했던 곳이다.

원흥사 처음 문 열던 날 광경
스님·불자 수백 명 모여 성황
이곳에서 설립된 명진학교가
중앙불전과 동국대로 이어져

1906년에는 근대적인 불교 연구 모임인 불교연구회가 홍월초 스님을 발기인 대표로 이곳에 명진(明進)학교를 설립하여 그것이 ‘중앙학림-중앙불교전문학교-동국대학교’로 이어져오게 되었다. 이처럼 원흥사는 시간적으로 매우 짧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뿌린 소중한 씨앗이 싹을 틔워 자라나 한국 근대불교사를 지탱하는 튼실한 열매를 맺었다고 할 수 있다.

위 사진은 이 원흥사가 처음 문을 열던 날의 광경으로 보이는데, 이날의 법회에는 스님 수백 명과 고위 관료를 비롯한 재가불자 수백 명이 모여 성황을 이루었다고 전한다.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과 등에 갓난아기를 업은 여인의 모습으로 보아, 이렇다 할 구경거리가 드물었던 시절이라 순전히 호기심에 모여든 사람들도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힘센 사람 여러 명이 꽉 잡고 있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높은 장대 위에 가마처럼 꾸미고 새끼줄을 감은 기둥은, 창건 기념행사의 분위기를 돋우는 번(幡)이나 깃발을 매다는 것이었으리라.

한편 1909년 일본 헌병대의 ‘경성 지방 승려의 집회 상황보고’에서 “경성지방의 승려들이 요사이 동대문 밖 원흥사 내에 집회하여 협의 중”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일제 당국에서도 이곳을 중심으로 한 한국 불교계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제국이라고 하며 자주를 내세웠다고는 하지만 원흥사가 창건되던 시기에는 이미 국운이 종말로 치닫고 있었고 몇 년 뒤인 1905년에는 을사늑약(乙巳勒約)으로 허울뿐인 제국의 지위마저 빼앗기게 되면서 이곳에도 그 바람이 몰려온다. 1908년 11월에는 원흥사에 있던 사사관리서 역할을 대신해 전국의 사찰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이곳에 원종(圓宗) 종무원을 설립하여 친일 승려 이회광을 종정, 일본의 극우인사인 조동종의 다케다 한시(武田範之)를 고문으로 추대하며 정치적인 한일병탄에 앞서 한국불교를 일본 불교에 종속시키는 사전 작업을 펼친다.

1911년에는 이곳에 자리 잡았던 원종 종무원마저도 폐지되고 그 자리에 31본산회의소가 설치됐다. 이듬해인 1912년에는 ‘조선불교선교양종 종무원’이 만들어져 현 조계사 자리에 세워진 각황사를 중앙포교당으로 하면서 원흥사가 10여년 동안 갖고 있던 ‘한국 불교의 중심’ 역할이 각황사로 옮겨가게 되었다. 결국 1916년에는 사찰의 기능을 마감한 뒤 그 자리에 일제가 창신보통공립학교를 개교하여 오늘날의 창신초등학교로 이어졌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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