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모횡안상(眉毛橫眼上)

이재용 부회장의 유전무죄

새해가 밝아도 설을 보내야 한 살을 먹는다. 어린 시절 매년 쌓이는 나이는 설렘 그 자체였다. 어서 자라 어른이 되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유년 시절은 화살처럼 빠르게 가버렸다. 이제는 매년 돌아오는 새해가 갈수록 부담스럽다. 살날이 줄어들고 육체의 스러짐이 슬퍼서가 아니다. 어린 눈에 비췄던 우람했던 어른의 삶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회를 짓누르는 거짓과 반칙은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미약하나마 바른 길을 향해 힘들게 나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세상은 회색 빛 그대로였다.

이재용 삼성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됐다. 사법부가 박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430억 원대 뇌물공여와 위증 등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청구했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불법적 뇌물공여의 대가로 국민의 마지막 노후자금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입히며 자신의 재벌승계를 이용한 범죄를 파헤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렸다. 촛불을 들며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부패청산을 외쳤던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법부의 황당한 판결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특히 같은 법조인들까지 “재벌 봐주기”라며 법원 앞으로 몰려가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는 같은 시기, 2400원을 납입하지 않은 17년 근속 운전기사를 해고한 사측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비정한 판결을 서슴지 않았다. 1980년대 단순절도로 무려 17년을 복역해야 했던 지강현이 탈옥한 후 자살 직전 외쳤던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에서 우리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선가에 ‘미모횡안상(眉毛橫眼上)’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눈이라도 눈 위의 눈썹은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법부는 여론이 들끓자 구속 가능한 수많은 범죄 사실들은 외면한 채 재벌의 편의를 봐줄 수 있는 몇 가지 논거들을 애써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속을 국민은 없다. 사법부가 개혁대상 1호라는 비난 또한 빗발치고 있다. 눈썹에 붙은 불을 보지 못하면 결국 얼굴이 타게 될 것이다. 시력마저 나쁜 사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77호 / 2016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