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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국 불광미디어 광고국장-하

100년 후에도 ‘불광’은 빛나리라

 
월간 ‘불광’은 1980년대 초반까지도 조계사 서점 등 일부에만 들어갔다. 나는 125cc 오토바이 뒤에 ‘불광’ 잡지 500여권을 싣고 서점과 터미널을 찾아다녔다. 용산시외버스터미널, 마장동시외버스터미널, 불광동시외버스터미널, 동대문고속버스터미널 등을 수시로 오가며 가판대 판매원들을 설득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가판대에 우리 ‘불광’이 꽂힐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당시 출판문화를 이끌었던 종로서적, 양우당, 삼일서적 등에도 ‘불광’을 납입할 수 있었다.

전국 사찰·서점 수시로 왕래
새로운 환경 속 홍보에 고민

그 무렵 광덕 큰스님을 찾아뵀을 때 있었던 일이다. 때마침 큰스님께서 손님을 맞이하셔서 내가 차와 과일을 갖다드려야 했다. 나는 서툰 솜씨로 사과를 깎아 가지고 갔다. 큰스님께서는 그것을 보시더니 “사과를 반은 버리는구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제가 원래 사과를 잘 못 깎습니다”라고 답하자 큰스님은 “원래가 어디 있느냐. 네가 연습이 안 되고 조심스레 깎지 않았을 뿐이지”라고 꾸짖으셨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스님 말씀대로 원래는 없었다. 내가 숙달될 때까지 노력해서 내 것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큰스님의 말씀은 이후 내가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일을 대하는 기준이 됐다.

1985년, 나는 군대에 갔다. 보충역으로 근무지는 태릉 57사단이었다. 그 무렵에도 나는 법회 때마다 외던 ‘우리는 횃불이다. 스스로 타오르며 역사를 밝힌다’는 구절을 떠올리고는 했다. 그렇게 15개월간 근무를 마친 나는 곧바로 ‘불광’으로 돌아왔다.

제대 후 나는 소형차를 몰고 전국을 다녔다. 해인사, 통도사, 쌍계사, 직지사, 송광사, 화엄사 등 사찰들과 부산, 광주, 마산 등 대형 서점 및 불교용품점을 끊임없이 오갔다. 당시 내가 3년 동안 운전하고 다닌 거리가 무려 30만km에 이르렀다.

주변에서는 너무 힘들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 일이 즐거웠다. 전국의 사찰을 오가는 것이 좋았고, 그곳에서 만나는 스님과 불자님들이 좋았다. 물론 압박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간혹 책 대금을 많이 받지 못하거나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미안한 마음을 안고 돌아올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일반 출판 및 잡지계통에서 영업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장점이 많았다. 일반 서점들의 경우 나중에 대금을 지불하겠다며 어음을 끊어주는 일들이 잦았지만 사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불교 책을 낸다는 이유로 친절히 대해 주었으며, 아직 팔리지도 않은 잡지와 책값 대금까지 지불하는 일들도 종종 있었다. 일주일 동안 2000만원을 수금한 적도 있었다. 아마 이 모든 것이 자비문중이라는 불교계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불광’과 더불어 나의 세월도 흘러갔다. 10대 후반 ‘불광’에 발을 들였던 내가 어느새 5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토록 존경하던 광덕 큰스님도 빛이 되어 적멸에 드셨다. ‘불광’은 가족들의 열정과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성장했고, 대원상 수상,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콘텐츠잡지 선정 등 외부에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 허성국 국장은 지난해 11월 한국잡지언론상 광고부문을 수상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 디지털 문화로 옮겨가고 있다. 종이와 활자가 갈수록 외면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불광’에 생명을 부여할 것인지가 난제다. 틈만 나면 책과 관련된 웹이나 파워블로거를 방문하고,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까 고민도 한다.

나는 지금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 고비를 넘어서리라 확신한다.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나고 우리 아이가 지금의 내 나이가 되어도 우리 ‘불광’은 한국불교의 신행과 전법의 역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광덕 스님의 크신 원력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불광인’의 신심과 열정을 믿기 때문이다.

정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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