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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빛이 없는 불’

기자명 김성순

짐승 죽여 바치는 ‘사견 외도들’
뜨겁기만 한 어둠의 불로 고통

이번 호에서는 등활지옥의 16별처지옥 중에서 옹숙처(瓮熱處), 다고처(多苦處), 암명처(暗冥處)지옥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하겠다. 등활지옥의 세 번째 별처지옥은 옹숙처(瓮熟處)로서 죄인을 잡아 쇠옹기에 넣고서 마치 콩 볶듯 지져댄다고 한다. 전생에 털 달린 짐승을 죽이고, 그것을 먹기 위해 불에 그슬리거나, 뜨거운 물에 산 채로 집어넣어서 털을 뽑아 요리해먹은 자가 이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짐승 죽여 불에 그슬린 죄
쇠옹기 넣어 콩 볶듯 지져
인류사 등장하는 온갖 고문
다고처 지옥에 대부분 등장

네 번째는 다고처(多苦處)로서 전생에 남을 포박한 사람, 몽둥이로 때린 사람, 남을 먼 곳(전쟁터)으로 보내서 죽게 한 사람, 다른 이를 험준한 곳에서 떨어뜨린 사람, 연기를 쐬게 해서 괴롭힌 사람, 어린 아이를 겁박한 사람, 이와 같이 갖가지로 남을 괴롭힌 사람이 모두 이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 다고처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그야말로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을 겪게 되는 곳인데, 그 양상을 보면 인류사에 등장하는 온갖 고문의 방법들이 혹시 이 지옥 관련 경전들에서 배운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사한 것들이 많다.

일례로 불로 죄인의 수염을 두루 지지고, 머리털을 뽑거나, 독충을 풀어 온 몸을 물어뜯게 한다. 혹은 물속에 담가두기도 하며, 물 젖은 옷으로 얼굴에 씌우고 입을 막기도 한다. 그 밖에 죄인을 때려서 붓게 하고, 부은 데를 또 때리거나, 혹은 노끈으로 묶고 아주 높은 곳에서 매달았다가 땅에 떨어뜨리기도 한다.

다섯 번째, 암명처 지옥은 외도들이 산 짐승을 죽여 희생물로 바치는 의례와 관계가 있다. 양의 입과 코를 막아서 죽인 자, 거북이를 두 벽돌 사이에 넣고 압살시킨 자가 그 살생의 업으로 인해 이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불살생계는 오계 중에서도 첫 번째에 자리할 정도로 중요한 계율이기 때문에, 이교도들이 복을 빌기 위해 올리는 희생제의에 대해 불자들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을지는 자명하다. 살생의 죄업에 더하여, 사견을 일으키는 외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중첩되어서 어둠속을 헤매는 고통까지 더해지는 것이 이 지옥의 특징이다. 어둠은 무명, 즉 무지를 상징하기 때문에, 이 암명처지옥의 불은 열과 빛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바세계의 불과는 달리 뜨거운 고통을 주되, 빛이 없는 열 그 자체일 뿐이다.

이 암명처지옥의 죄인들은 어두움 때문에 서로 볼 수 없고, 힘세고 사나운 바람이 금강의 산에 불어서 마치 모래처럼 흩어지게 된다. 항상 뜨거운 열풍에 쏘이게 되니 마치 날카로운 칼에 베이듯 하고, 목마름과 배고픔에 비명을 질러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데, 이는 양의 입을 막고, 벽돌로 거북이를 눌렀던 죄업 때문이다.

이 지옥의 죄인들은 온 몸의 털에 불이 붙어서 스스로를 태우는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업인은 모두 마음의 원숭이가 짓는 것이라 한다. 마음의 원숭이는 번뇌의 산에 살면서 견고한 교만으로 솟은 봉우리로 다니고, 거만의 숲에서 노닐며, 분노의 굴에 머무른다. 질투의 과일을 따먹고, 사견의 바위를 딛고 다니며, 애욕의 강물에 떠다니다가 결국 업을 지어서 온 몸을 불로 태우는 과보를 받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슬람의 ‘꾸란’에서는 불신자와 이교도에 대한 지옥행의 선언이 무척 강렬하게 표현되고 있다. 유일신 알라를 부정하는 불신자들에게는 펄펄 끓는 물이 부어지고, 마실 것은 오직 피고름, 내장을 녹일 만큼 뜨거운 물, 더러운 오물샘 뿐(꾸란78:24-25)이라고 선언한다. 또한 지옥의 사람들은 마치 사탄의 머리처럼 생긴 자꿈(jaqum)나무 열매를 먹게 되는데, 그 가시 돋친 열매를 먹는 즉시 내장이 갈가리 찢기게 된다고 한다. 이교도에 대한 이슬람의 시각은 “너희 불신자들과 알라신 외에 다른 것을 숭배한 자들은 지옥의 땔감이 될 것이다(꾸란21:98)”라는 한 마디로 집약된다. 이처럼 경전 속 메시지에 대한 인간들 각자의 해석으로 인해 끊임없이 유혈충돌이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며, 지옥을 가져오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사유하게 된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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