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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진불과 어른

기자명 성원 스님

어린이들은 어른에게 감동 선사

 
갑자기 겨울을 느낀다. 겨울 추위에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이번 겨울 유난히 따스하니 식물들이 계절을 잊고 꽃망울을 터트렸다고 신기해하더니 우리도 따스함에 물들어 겨울다운 추위가 오니 낯설어 하고 있지 않는가!

어린이들 투정서 싱싱함 배워
어른들은 어린이 가르치면서
어른되기를 기원하고 응원해

경상도 속담에 ‘아이와 배추뿌리는 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어른들이 추워서 몸을 움츠릴 때도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뛰어놀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뛰어나가 놀고 있을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난리들이다.

천진불어린이합창단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제1회 천진불어린이연합합창제가 1월18일 부산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우리 제주 약천사 리틀붓다어린이 합창단과 함양 서암정사 상림어린이 합창단, 부산 영도 대원사 대원선재합창단, 사하구 관음사 단이슬어린이합창단이 모여 함께 공연을 했다. 어린선재들이야 마냥 좋기만 한데 어른들 사이에서는 은근한 경쟁심이 일었는지 경계심을 보이는 듯도 했다. 어린이들 축제의 장이 어른들에게는 시험의 장이 된 듯했다. 누가 이렇게 만들겠는가? 어린 선재들이야 무슨 근심걱정이 있을까. 모두 우리들의 탓일 것이다.

이번 공연책자에 실을 사진을 찍었는데 우리 절 어린이 단원 가운데 한 명인 나현이가 자신의 사진이 잘못 나왔다고 울고불고 했다. 마감 시간은 촉박하고 아이는 달래지지가 않고…. 어찌해야 할지 SNS 단체 대화방에서 해당 자모님이 안절부절이었다. 우리 어릴 때는 겨우 돌 사진 한 장과 졸업사진 한 장이면 족했는데, 그래서 한 장의 사진으로 보고 또 보고 그저 신기하고 기쁘기만 했었는데. 사진이 일상이 되고 보니 사진으로 인해 또 다른 번뇌가 생기는 것 같다.

‘아이 이기는 어른 없다’고 결국 다시 사진을 찍어야 했다. 공연 책자를 기획하는 분들께 몹시 송구했는데 의외로 덤덤히 넘어 갔다. 우리보다 더 늦게 보낸 팀도 있었나보다.

모든 사람들이 ‘천진불’이라는 이름에 친근감과 다정함을 보낸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서 빨리 자라 어른 같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막상 자신들은 어린아이의 모습, 천진무구함을 동경한다. 모순투성이들이다. 이번에 나현이가 울지 않았다면, 울다가 ‘어멍(‘어머니’의 제주 방언)’이 말리는 말에 수긍하고 그냥 넘어 갔다면 우리들은 행복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아닐듯하다. 투덜거려 짜증나고, 울어 답답했지만 그래도 새로 사진을 찍고는 좋다고 ‘헤헤’ 웃는 나현이가 좋다. 우리가 보기엔 그 모습이 그 모습 같은데 말이다. 아름다움에 이토록 민감한 꼬마는 커서 정말 미스코리아가 될 건가? 아니면 인기몰이하는 아이돌 가수라도 되어 우리를 자랑스럽게 해줄까? 아니 어찌 이런 모습이 우리 나현이뿐일까.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투정부리는 모습에서 우리들은 삶의 싱싱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들의 솔직함이 있어 서로 감정을 속이고 표정을 숨기며 살아가야하는 우리 어른들의 삶도 조금은 위로 받는 것이 아닐까?

어른들은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천진불들은 늘 우리들을 감동시킨다. 나는 제주의 삶이 좋다. 늘 감동을 주는 우리 어린 붓다들이 가득하니 말이다.

성원 스님 제주 약천사 주지 sw0808@yahoo.com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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