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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벽선의 선종사적 위치

기자명 정운 스님

한국과 일본 선종의 주류 형성
수행과 일상 생활까지 큰 영향

배휴는 회창 2년(842년) 강서성(江西省) 종릉(鐘陵)의 관찰사로 재임할 때, 황벽의 명성을 듣고 황벽을 홍주(洪州·현 남창)의 수부(首府)로 모셔다가 용흥사에 머물게 하고, 조석으로 도를 물었다. 몇년 후, 배휴가 849년에 완릉(宛陵)의 관찰사로 전임이 되자, 예를 갖추어 황벽을 다시 개원사로 모셨다. 여기서도 선사에게 아침저녁으로 도를 묻고 가르침을 받았다.

배휴가 묻고 황벽이 대답
선사상 이해 긴요한 어록
천재일우 만남 결과물이
지금도 선의 길잡이 역할

이때 황벽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필록(筆錄)해 두었다가 황벽이 입적한 뒤에 황벽의 제자들과 장로들의 증명을 받아 세상에 유포시킨 어록이 ‘전심법요’와 ‘완릉록’이다. 배휴가 아니었다면 황벽의 선사상은 사장되었을지도 모른다. 선연호운(善緣好運), 좋은 인연은 좋은 운을 불러들인다는 말이 있다. 두 분의 만남으로 인한 그 결과물이 1200여년이 흐른 즉금에까지 선사들에게 선경(禪鏡)이 되고 있으니, 이들의 만남을 천재일우(千載一遇)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전심법요’는 배휴가 종릉에서 문법(聞法)한 것을 직접 기술한 것이며, ‘완릉록’은 배휴가 완릉의 개원사에서 문법한 기록을 기저로 하여 성립된 것이다. 이 황벽의 어록은 ‘황벽단제선사전심법요’와 ‘황벽단제선사완릉록’ 제목의 두 권이다. 일반적으로 2권을 통칭해 ‘전심법요’라고 한다.

어록 내용은 전반적으로 배휴가 황벽에게 법을 묻고, 황벽이 대답해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록에 전하는 언어들은 간명하고도 평이하며 격외언구의 고준한 말들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선의 이치가 논리적으로 전개되어 있다. 이 때문에 선의 개론서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조계종의 정통 선사상을 이해하는데 긴요한 어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황벽이 입적한 2~3년 후인 857년에 ‘전심법요’와 ‘완릉록’이 출간되어 952년 ‘조당집’에 실렸고, 1048년 ‘경덕전등록’9권 말미(末尾)에 부록으로 실렸다. 이후 원판(元版) 대장경에 입장(入藏)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883년에는 감로사에서 ‘법해보벌’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1908년 부산 범어사에서 간행된 ‘선문촬요’에도 실려 있다. 일본에서는 선학자들에 의해 여러 편역이 나왔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일지ㆍ유진ㆍ청원ㆍ수불ㆍ무비 스님ㆍ김태완 등이 편역하였고, 동국역경원에서도 발간되었다. ‘전심법요’ 어록을 읽기 전에 황벽의 선사상사적 위치를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홍주종, 임제종 법계(法系)에서의 황벽의 위치이다. 황벽은 홍주종 마조에 이어 청규를 제정한 백장의 제자이다. 백장이 마조의 고함소리에 3일 동안 귀가 먹었다고 하는 삼일이롱(三日耳聾)의 공안이 있다. 그런데 훗날 황벽이 스승 백장으로부터 ‘삼일이롱’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며(吐舌) 크게 깨달았다고 하는 황벽토설(黃檗吐舌) 공안이 있다. 이 두 공안을 통해 황벽의 선종사적 위치가 적지 않음을 내포한다. 

둘째, 임제종에 있어 황벽의 법계적 위치이다. 5가 7종 가운데 위앙종에 이어 두 번째로 종풍(宗風)을 연 선종이 임제종이다. 임제종은 조동종과 함께 오늘날까지 종지(宗旨)가 전해지고 있는 최대의 선종이다. 현 우리나라 조계종이 임제종 선풍(禪風)이다.

셋째, 황벽의 선이 일본에 미친 영향이다. 현 일본의 3대 선종으로는 황벽종을 포함해 임제종, 조동종이다. 임제종과 조동종은 일본 승려가 중국에 들어가 법을 이어온 반면, 황벽종은 중국 선사가 직접 일본에서 법을 펼쳤다. 곧 임제종계의 은원 융기(1592~ 1673)가 황벽이 출가했던 만복사에서 수행하다가 명나라 말기인 1654년, 63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교또(京都) 우지(宇治)에 만복사를 개산하였다. 은원 융기는 임제종 승려로서 일본에 황벽의 선풍을 펼친 것이다. 만복사의 가람양식이나 독경, 법요양식, 법구, 법복 등은 모두 명나라 풍습을 따르고 있으며, 불교의례를 비롯해 승려들의 수행 방식이나 일상생활 등이 모두 중국 명나라 풍습이다. 또한 황벽종은 차(茶)나 요리 등 일본 문화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었다.

정운 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 saribull@hanmail.net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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