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이 현대 조계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은 나옹이나 보우가 아닌 보각국사 혼수라고 주장하면서, 고려 말 다수의 승려들이 원나라로 인가 유학을 떠났지만 현재까지 계승되는 법맥은 혼수의 것이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래서 ‘혼수가 과연 누구의 제자냐’ 하는 문제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자현 스님은 그동안 나옹과 관련해 펴낸 연구논문을 단행본 ‘한국 선불교의 원류 지공과 나옹 연구’로 담아내면서 이처럼 조계종과 한국선의 적통을 다시금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스님은 여기서 유학을 떠나지 않았던 혼수는 나옹과 보우 모두에게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에 나옹과 보우 중 누구를 더 중시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문제가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조선 중기부터 혼수를 보우와 연결시키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현대의 조계종은 보우를 시원으로 하는 가르침이 되고 말지만, 혼수는 나옹이 주관한 공부선의 유일한 합격자이며 명성을 떨치고 국사에 오르게 된 것은 이 공부선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혼수를 누구의 제자로 보느냐에 따라 한국선의 인물사도 달라질 수 있다.
스님은 오랜 세월 나옹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그에 앞서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금강산 법기보살에게 향공양을 올리기 위해 고려를 찾은 지공에 대한 연구에 천착했다. 지공을 ‘대승불교의 계율관을 가지고 있었던 선승’으로 규정한 스님은 “지공이 2년 7개월간 머물면서 하루는 선을 설하고 하루는 계를 설하며 고려의 풍속을 일신시키고 선불교 기상을 중흥시켰다”고 지공의 역할을 설명했다.
자현 스님이 지공과 나옹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은 한국 선불교를 이해하고 적통을 찾아가는 나침반이 될 만하다. 2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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