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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특정종교 성지화 사업 재강행 논란

  • 교계
  • 입력 2017.02.03 18:01
  • 수정 2017.02.07 10:18
  • 댓글 1

천주교전주교구유지재단 시행주체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전당’ 조성
전주시 49억 등 총 280억원 투입
불교계 반발에 2013년 무산됐지만
재추진 강행하는 배경에 의혹 증폭

▲ 전주시는 좌선하는 스님과 닮았다 하여 전통적으로 중바위로 불린 승암산에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전당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13년 전북불교계의 거센 반발로 이미 무산됐었다는 점에서 재추진 배경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중바위’로 불렸던 승암산의 명칭이 치명자(가톨릭에서 순교자를 지칭)산으로 변경되는 것을 묵인했다고 비판받던 전주시가 이번에는 해당 지역에 가톨릭 성지를 조성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사업은 2013년에 전주시가 추진하다 “특정종교에 대한 편파적 지원”이라는 전북불교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었다는 점에서 재추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주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전당 건립’ 사업은 “전주시의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신고를 접수한 평화주민사랑방(대표 문태성)이 1월13일 정보공개청구를 하면서 구체적 내용이 알려졌다. 전주시가 평화주민사랑방에 보내온 사업계획서와 국고보조금 교부결정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국고 84억, 도비 49억, 시비 49억에 민자 98억을 합쳐 모두 28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천주교전주교구유지재단을 시행주체로, 전주시장을 보조사업자로 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복합기념교육관, 생활문화체험관, 평화랜드, 주차장 및 기반시설 등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 전주시가 공개한 사업계획서. '아름다운 순례길의 전초기지로 작용해 종교 간, 지역 간 화합과 상생 유도'를 기대효과로 내세웠으나 사실상 특정종교 성지화 사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북불교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주시가 기대효과로 내세우는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은 허울일 뿐이고 실제로는 특정종교 성지화 사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전주시는 2013년 ‘종교관광활성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불교계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380억원을 들여 승암산에 ‘세계평화의전당’을, 125억원을 들여 예수병원 맞은편에 ‘근대 선교역사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전주시는 “한국 대표 종교성지로 만들겠다”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가톨릭·개신교 성지화 사업이었고 송하진 당시 전주시장 역시 공적인 자리에서 “해당 사업은 애초 개신교와 가톨릭 지원 사업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을 명목으로 특정종교 성지화 사업을 강행하려는 행태가 재현된 셈으로, 불교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또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아름다운순례길의 전초기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효과 또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아름다운순례길’은 종교차별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전라북도는 2012년 ‘아름다운순례길 세계순례대회’를 만들면서 코스를 가톨릭 중심으로 지정한 것에서 나아가 전북지역 대부분의 불교유적을 누락시켰음은 물론 금산사·송광사 등의 사찰은 아예 숙박시설이나 출발지로만 표시했다. 결국 ‘아름다운순례길 세계순례대회’는 전북불교계가 불참을 선언한 뒤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해 2014년 문을 닫고 말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전주시가 ‘치명자산 세계평화의전당’을 ‘아름다운순례길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교 업신여기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주시가 사용하고 있는 ‘치명자산’이라는 명칭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승암산은 본래 좌선하는 스님과 닮았다 하여 전통적으로 중바위로 불렸다. 특히 승암산에 자리 잡은 승암사는 872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근현대에 이르러 한벽선원이 개설돼 지방불교계에 선풍을 진작시킨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러한 승암산이 1980년대에 이르러 치명자산과 치명자성지로 둔갑됐고, 대다수 표지판에 승암산이 아닌 치명자산과 치명자성지만 표기되면서 전주시의 묵인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 2013년 결성된 특정종교성지화반대대책위원회는 “지자체 및 국가기관이 나서서 ‘치명자산’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도심 진입로 표지판에 승암산 명칭을 돌려놓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정종교성지화반대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승암사 주지 도광 스님은 “승암산을 치명자산이라고 부르고 표지판에 치명자산성지라고 표기한 전주시에 대해 행정소송도 논의하고 있다”며 “불교와 지역주민들 간의 오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살아있는 중바위와 승암사를 특정종교 성지로 만들려는 정책은 종교 간 갈등만을 야기할 뿐”이라고 규탄했다.

특정종교성지화반대 대책위원회 상임대표를 역임했던 오종근 전북불교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전주시의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전당 건립’ 사업 재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책위 활동을 함께한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보문종 등 종단과 전북불교신도회, 전북불교네트워크, 전주불교청년회 등 신도단체 그리고 지역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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