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전주교구유지재단 시행주체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전당’ 조성
전주시 49억 등 총 280억원 투입
불교계 반발에 2013년 무산됐지만
재추진 강행하는 배경에 의혹 증폭
‘전주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전당 건립’ 사업은 “전주시의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업”이라는 신고를 접수한 평화주민사랑방(대표 문태성)이 1월13일 정보공개청구를 하면서 구체적 내용이 알려졌다. 전주시가 평화주민사랑방에 보내온 사업계획서와 국고보조금 교부결정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국고 84억, 도비 49억, 시비 49억에 민자 98억을 합쳐 모두 28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천주교전주교구유지재단을 시행주체로, 전주시장을 보조사업자로 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복합기념교육관, 생활문화체험관, 평화랜드, 주차장 및 기반시설 등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아름다운순례길의 전초기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효과 또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아름다운순례길’은 종교차별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전라북도는 2012년 ‘아름다운순례길 세계순례대회’를 만들면서 코스를 가톨릭 중심으로 지정한 것에서 나아가 전북지역 대부분의 불교유적을 누락시켰음은 물론 금산사·송광사 등의 사찰은 아예 숙박시설이나 출발지로만 표시했다. 결국 ‘아름다운순례길 세계순례대회’는 전북불교계가 불참을 선언한 뒤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해 2014년 문을 닫고 말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전주시가 ‘치명자산 세계평화의전당’을 ‘아름다운순례길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에 대해 “노골적인 불교 업신여기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주시가 사용하고 있는 ‘치명자산’이라는 명칭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승암산은 본래 좌선하는 스님과 닮았다 하여 전통적으로 중바위로 불렸다. 특히 승암산에 자리 잡은 승암사는 872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근현대에 이르러 한벽선원이 개설돼 지방불교계에 선풍을 진작시킨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이러한 승암산이 1980년대에 이르러 치명자산과 치명자성지로 둔갑됐고, 대다수 표지판에 승암산이 아닌 치명자산과 치명자성지만 표기되면서 전주시의 묵인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 2013년 결성된 특정종교성지화반대대책위원회는 “지자체 및 국가기관이 나서서 ‘치명자산’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도심 진입로 표지판에 승암산 명칭을 돌려놓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특정종교성지화반대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승암사 주지 도광 스님은 “승암산을 치명자산이라고 부르고 표지판에 치명자산성지라고 표기한 전주시에 대해 행정소송도 논의하고 있다”며 “불교와 지역주민들 간의 오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살아있는 중바위와 승암사를 특정종교 성지로 만들려는 정책은 종교 간 갈등만을 야기할 뿐”이라고 규탄했다.
특정종교성지화반대 대책위원회 상임대표를 역임했던 오종근 전북불교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전주시의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전당 건립’ 사업 재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책위 활동을 함께한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보문종 등 종단과 전북불교신도회, 전북불교네트워크, 전주불교청년회 등 신도단체 그리고 지역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