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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 성공하려면

  • 기자칼럼
  • 입력 2017.02.03 20:39
  • 수정 2017.02.07 10:18
  • 댓글 3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직선제 찬성 여론 80%
참종권 확대·부조리개선
‘직선제 필요’주장 공감

유권자 늘어 돈 더 들고
공정한 선거관리도 문제
교구편차 심한 스님 수도
직선제 도입의 선결과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19일 ‘총무원장 직선실현을 위한 대중공사’는 신문광고를 통해 “직선제가 종단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주장했고, 1월31일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사부대중의 참종권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재가단체뿐 아니라 승가내부에서도 직선제를 선호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지난해 중앙종회 직선제특위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스님들의 80% 이상이 직선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총무원장 직선제를 선호하는 여론이 많다는 점에서 중앙종회도 대중여론을 외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대중들의 열망과 별도로 직선제를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직선제 시행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직선제가 시행되면 선거인단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현행과 같은 금권선거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는 선거제도의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제부터인가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조직력과 돈이다. 모든 유권자들을 만날 수 없다는 점에서 후보는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조직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 또 전국으로 이 같은 조직을 확대운영하고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최근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직력과 재원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총무원장 직선제는 세속의 선거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럴 경우 총무원장 선거비용은 현행보다 수배 혹은 수십 배가 더 들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조계종은 총무원장 선거 수개월 전부터 전국적으로 선거열풍에 휩싸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금품살포와 매표행위 등 선거부조리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선관위와 종단 사정기관 등의 엄정한 선거관리가 요구되지만 수사권도 없는 소수의 인원으로 투명한 선거감시활동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조계종의 역대 선거에서 수많은 금품살포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로 인해 징계를 받은 스님이 전무하다는 것은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교구별 재적승의 편차가 심한 상태에서 직선제를 시행할 경우 선거민심이 크게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행 제도는 교구별로 동일한 선거인단을 배정하지만 직선제가 도입될 경우 재적승이 많은 특정교구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계종 총무원의 교구별 재적승 현황에 따르면 전체 1만1487명의 스님(사미‧사미니 제외) 가운데 직할교구가 2857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해인사(1409명), 통도사(1072명), 범어사(690명), 수덕사(634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흥사(115명)와 대흥사(107명)는 100명을 간신히 넘었고, 관음사는 81명에 그쳤다. 직할교구와 해인사, 통도사, 범어사 재적승 수만 합쳐도 전체 스님의 절반(52%)을 훌쩍 넘는다. 이들 교구본사가 단합해 후보를 낼 경우 다른 교구를 모두 합쳐도 승산이 없다는 계산이다.

물론 직할교구는 여러 교구본사 스님들이 섞여 있고, 문중의 개념이 옅어졌다는 점에서 교구 재적승들의 표심이 특정후보로 쏠릴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위계질서가 엄격한 비구니스님들의 경우 ‘어른스님’의 뜻에 따라 특정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고, 본사주지와 종회의원 등의 영향력에 따라 특정후보에게 몰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선거 이후에도 특정교구의 영향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단 안팎에서 현행 선거제도로 인한 폐단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소수의 선거인단만이 투표를 하는 현행 제도로는 대다수 종도들의 참여의식을 떨어뜨리고 몇몇 스님들이 종단을 좌지우지 하는 기형적인 풍토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종도들의 참여의식을 고취하고 그동안 발생한 선거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직선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타당성을 얻는다. 그렇다고 직선제 도입으로 파생될 수 있는 여러 사안들을 간과할 수는 없다. 자칫 과도한 선거확산과 그로 인한 승가 내부의 갈등문제는 오히려 종단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어떻게 해야 여법한 지도자를 선출하고 승가도 화합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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