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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장 시키는 마음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2.06 13:29
  • 수정 2017.02.07 10:16
  • 댓글 0

끊임없이 ‘자신’을 관하게 해
‘상대’ 이해·공감하는 수행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은 우리를 성숙하게 합니다. 몸은 나이에 따라 저절로 자라고 곧 성장을 멈추지만, 마음은 삶의 경험을 통해 죽을 때까지 증장(增長)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몸과는 달리 마음은 무궁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가능성의 실현 정도는 사람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성장이 아니라 오히려 타락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상황이나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마음이 얼마나 성숙한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몸은 어른인데 아이 같은 이가 있고, 반대로 어른 같은 아이도 있습니다.

새해맞이 기도로 매년 1월이면 삼천 배를 올립니다. 방학 중이라 어린이, 청소년 법회 아이들도 참석합니다. 형과 동생들이 서로 어울려 격려하면서, 어른들의 칭찬 들으며 절 하다 보면 어느새 삼천 배를 성취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두 함께해도, 10시간에 이르는 힘든 과정은 온전히 자신의 것입니다.

올해 3번째 삼천 배에 도전하는 고등학교 1학년 남자 법우가 공교롭게도 학원 공부시간과 겹쳤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고, 혼자 철야를 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모든 이들의 삼천배가 끝난 밤 10시에 시작해 새벽 6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를 하고, 스님에게 삼배를 올리겠다며 눈물 글썽이는 아이를 보니 ‘장하다’며 안아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도 가피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가피는 온갖 번뇌를 끊고,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이겨낸 힘을 얻은 것입니다. 앞으로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홀로 삼천 배를 성취한 힘이라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겁니다.

그 후, 아이는 며칠 동안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얼마나 아픈지 엉금엉금 걷고, 계단도 뒤로 내려가야 할 정도였지요. 지하철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달려갈 수가 없어서 3번이나 그냥 보내야 했습니다. 버둥거리는 자신을 쳐다보는 타인의 시선이 너무도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하고 절실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짐을 들어주거나, 길을 같이 걷기도 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상대가 불편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베풀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그 행동을 쑥스러워하지 않게 되었지요.

올해, 청소년 겨울명상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에 파트너의 눈을 가리고 길을 인도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과 보일 때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알게 됩니다. 또한 자신을 인도해 준 파트너에게  무한한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저절로 일으킵니다. 그리고 눈을 가린 상대를 인도하게 될 때 매우 주의 깊게 배려하며 길을 안내합니다. 체험하기 전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많은 이들을 포용합니다. 다른 이를 이해하고 동감하는 마음이 클수록, 배려하는 행동의 반경도 커집니다. 자신만 알고 집착하던 마음 대신 타인을 생각하는 성숙함이 자리 잡습니다. 그래서 감정에 휘둘려 싸우거나 고집 피우는 대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생각을 나누며 화합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불교의 마음공부는 끊임없이 ‘자신’을 관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수행 할수록, ‘상대’를 나의 마음처럼 잘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특별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수행이 완전해질수록 이기심 없는 중생제도의 마음이 더욱 증장하고 활발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언젠가는 부처님처럼 온 중생을 향한 한없는 자비심으로 더욱 풍성해질 겁니다.

삶의 모든 순간, 모든 행위에서 자신의 성찰을 통해 남을 볼 줄 아는 힘이 생기면 우리의 마음은 모든 순간 성장합니다. 이 생의 마지막까지, 이 마음을 얼마나 증장시킬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지 않습니까?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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