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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은날?

기자명 이동식
  • 법보시론
  • 입력 2017.02.06 13:34
  • 수정 2017.02.07 10:17
  • 댓글 0

절에 가면 예전에 운문문언(雲門文偃, 864~949)선사가 했다는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는 곳이 많고 신도들이 서로 이 말로 축원해주기도 한다.

선불교에서는 유명한 공안인 이 말은 옛날 운문선사가 만장한 제자들에게 “15일 이전은 묻지 않겠는데 앞으로 15일 이후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무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고 물었고 다들 이에 대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스스로 “날마다 좋은 날이다(日日是好日)”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그런데 아주 쉬운 것 같은 이 말은 진정 무슨 뜻일까? ‘날마다 좋은 날’이니 ‘매일 매일이 좋은 날’이란 뜻 같은데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지가 금방 들어오지 않는다.

‘날마다 좋은 날’이니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하자는 뜻인가? 하루하루 좋은 날 나쁜 날 따지며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매일 매일을 즐겁고 소중하게 살자는 뜻인가, 아니면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오늘을 좋은 날로 받아들이라는 뜻인가? 고명하신 선사님의 말이니 더 깊은 뜻이 들어있는 것인가?

그것은 결국 우리들의 인식이나 발상의 전환을 말하려는 것 같다. 운문선사 앞에 모여 있던 학승들이 찾으려는 것, 깨달으려는 것은 우리의 삶이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부처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리라.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과감한 발상, 인식의 대전환을 말씀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상 사람들은 날씨가 맑으면 좋다하고 궂으면 나쁘다며 생각을 다르게 하게 된다. 그러나 우주와 시간이라는 본질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날씨가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가 자연의 현상이고 그것은 구별하는 우리들의 마음의 차이일 뿐이어서 거기에 좋고 나쁘다는 선악의 가치를 따지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간들의 망상이 아니겠는가? 즉 본질에서 보면 그런 선과 악의 분별, 혹은 구별을 넘어서는 것에서 깨달음이 시작된다고 하겠다.

한 하버드대 학생이 아프리카에 있던 슈바이처 박사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고자 했다. 그런데 환영은커녕 만날 수도, 만나주지도 않았단다. 몹시 실망해 귀국을 준비하고 있을 때 큰비가 와서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한센병을 앓는 한 아이가 물에 빠진 것을 보고는 뛰어들어 구해주었다. 그제야 박사가 그를 불러 말했단다. “내가 며칠 자네를 지켜보니 전혀 나를 만날 준비도, 만날 가치도 없었네. 그런데 아이를 구해주는 것을 보고 자네에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는 것을 보았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의사나 약이 아니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일세.”

어느 목사의 설교에 나왔다는 이 이야기는 하버드 대 학생처럼 우리가 그처럼 만나려는 부처님, 우리가 찾으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결국 한 마음을 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부처의 가르침이나 다른 종교에서의 가르침이나 본질은 나를 떠나서 남을 생각하는 마음, 남을 걱정해주는 마음,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진정한 깨달음이 시작된다는 말인 것이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도 부처님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어떻게 하면 내가 편안하고 걱정 없고 후회 없는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넘어서면 우리도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일 게다. 나를 넘어서서 우리 주위의 모든 인간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을 깨닫는 것이 곧 우리가 찾던 부처의 삶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깨달음을 갖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날마다 좋은 날, 달마다 좋은 달이 되고 그것으로써 우리가 엉뚱한 데서 ‘똥막대기’ 같은 삶을 찾는 대신에 매 순간, 매일 속에서 보람, 기쁨, 감사,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멋진 삶, 곧 부처님이 가르치는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어디 천리만리를 헛되이 찾는가 하는 가르침일 것이다.

이동식 언론인 lds@kbs.co.kr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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