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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

“명상과 상담은 불교 접근성 높이는 포교방편”

▲ 서광 스님은 “중생이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우리가 가진 것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제공한다면 포교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19일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는 불자 수가 10년 만에 300여만명 감소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통해 한국불교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개신교 967만명에 이어 761만명으로 종교인구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는 사실은 불교계에 적지 않은 위기의식을 안겨주었다.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도 논란과는 별개로, 불교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함께 자성과 대응방안 모색이 시급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교리로 인해 다가기 어렵고’ ‘타종교에 비해 지리적으로 멀다’는 세간의 인식은, 질과 양적 측면 모두에서 떨어지는 접근성을 대변하며 활로 찾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획기적 전환이 없을 시 불자 수 감소 경향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불교심리치료연구원 모태
2011년 창립해 마음치유 천착
“불법은 심리상담의 보물창고”

자아초월 상담실습 등 운영
육도윤회·화두 접목한 RHM은
‘간화선 위기’ 극복대안 주목
MSC 지도자 49명 배출하기도

하지만 ‘명상’ 분야에서는 시대의 조류에 합류하지 못한 채 한국인들의 삶과 사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불교를 다시금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돼왔다. 특히 서구의 심리상담 기법을 명상과 조합해 현대인들이 겪는 고통을 치유하는 데까지 나아가며 자연스럽게 포교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인들의 마음 치유와 성장, 그리고 전문상담가 양성에 매진해오고 있는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의 활동은 그러한 시도 가운데 하나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은 2011년 창립된 한국불교심리치료연구원을 모태로 한다. 원장 서광 스님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1992년 명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후에도 미국에서 자아초월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할 만큼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오다 한국으로 들어온 뒤 우연한 계기를 만났다. 한국상담학회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참석인원 300여명 가운데 불교계 인사는 고작 3~4명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뒤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심리학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이 유달리 낮다는 사실과 개신교계에서는 많은 목사들이 심리학을 배워 목회상담 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개신교계에 있어 심리학과 상담은 일종의 선교 수단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주지하듯 불교의 가르침이야말로 상담과 마음 치유로 연결할 수 있는 ‘자원’이 여느 종교보다 많다. 문제는 ‘활용’이었다. 활용하지 않으면 자원은 땅속에 묻힌 그대로 잠들어있을 수밖에 없다. 경전 속 부처님 말씀을 어떻게 이 시대의 언어로 표현할 것인가를 화두로, 경전의 치유적 재해석과 상담 적용을 과제로 삼았다. 연구원 창립과 함께 명상과 심리상담을 접목한 프로그램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우선 ‘자아초월 상담실습’은 스님이 유식 심리학을 기반으로 하여 개발한 독자적 프로그램이다. 접촉과 내려놓음을 통해 현재 경험하는 것을 명료하게 자각하도록 돕고, 치우침 없는 마음의 균형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음을 조율해 정신·신체적 불균형을 조화롭게 되돌리는 데에도 초점을 뒀다.

RHM(Recovering Human Mind) 역시 스님이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불교의 육도윤회 개념을 인간 심리 상태와 연계해 해석하고, 현재 가장 많이 머무르고 있는 지점을 찾도록 이끄는 내용이다. 분노의 지옥마인드, 집착의 아귀마인드, 약육강식의 축생마인드, 질투의 아수라마인드를 지양하고 인간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 간화선의 화두 개념을 도입했다. 현대인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윤회적 가르침과 화두의 치유적 기재를 응용한 것이다. 때문에 RHM은 간화선 위기론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MSC(Mindful-Self Compassion)는 미국 하버드대학 임상심리전문가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와 텍사스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크리스틴 네프 박사가 함께 개발한 것이다. 복합적인 감정으로 인한 고통을 알아차림하여 친절함과 이해로 대응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증될 만큼 인지도 높은 프로그램이며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은 MSC 아시아 본부로서 이를 대중화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49명의 MSC 지도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 밖에 명상심리상담사와 자아초월심리상담사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여 전문상담사 양성에도 방점을 찍었다. 특히 자격연수 과정에서 강의를 통해 실습경험을 쌓도록 한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이를테면 3급을 취득한 사람이 3급을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여는 방식이다. 강의계획서 작성, 장소 섭외, 공지와 모집 그리고 8주간의 강의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진행하는 동안 풍부한 현장경험이 쌓이게 된다. 스님의 역할은 강의계획서를 검토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방식의 강의는 활발할 경우 1주일 내내 쉼 없이 열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자격증 취득자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에 맞춰 이러한 경험을 활용하고, 또 명상심리상담의 의미와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과 스님의 이러한 활동들은 궁극적으로 불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스님은 고조되고 있는 명상에 대한 관심이 결국 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응용’이 확산되면 그 ‘기원’을 찾는 이가 하나둘씩 늘어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때 불교가 무엇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 판단했고, 그 해답을 심리상담에서 찾았다. 스님은 이를 요리에 비유했다. 아무리 좋은 원재료라도 단지 그 자체만을 시장에 내놓기보다는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양념을 가미하는 과정, 그리고 시선을 끄는 그릇에 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처님 가르침 또한 그 자체로 완벽하지만 끊임없이 변모하는 시대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변화를 주어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본 것이다.

1990년대 불교대학과 2000년대 템플스테이가 불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환기시켰다면, 지금은 명상과 심리상담을 통해 포교의 길을 짚어내야 한다고 강조하는 스님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우리의 것들을 심화시켜 나갈 때 대중은 자연스럽게 유입될 테지만, 이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없다”며 “중생이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우리가 가진 것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제공한다면 포교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78호 / 2016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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