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건을 놓고도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다르고, 그만큼 느낌도 달라진다. 또한 시·공간의 차이에 따라서도 그 느낌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시리즈는 그래서 시작됐다. 저자는 평소 공부하고 익힌 전문적 지식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과 공유하는 것이 학문의 사회적 실천이라는 생각에 대중과 교감하는 글쓰기를 이어왔다.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비롯한 답사기는 국토 곳곳을 찾아가며 거기에 자리하고 있는 유물, 유적들을 안내하고 해설한 것이어서 주로 건축, 조각, 역사, 인물을 다뤘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회화, 서예, 도자기, 공예 등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설 여백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박물관에 있는 유물을 해설하는 글을 쓰기 시작해 빛을 본 결과물이 ‘국보순례’ ‘명작순례’였다.
이 책 ‘안목’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미를 보는 눈,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결과물이다.
안목은 미를 보는 눈에만 국한하는 말이 아니고 세상을 보는 눈 모두에 해당한다. 그래도 안목의 본령은 역시 예술을 보는 눈이다. 저자는 이론적인 해설보다는 우리나라의 훌륭한 역대 안목들이 미를 어떻게 보았고, 그 안목을 어떻게 실천했는가를 소개하는 방법을 취했다. 논리적 사변적 전개가 아니라 실사구시의 길을 택한 것이다.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첫째 장에서는 장르별로 역대의 대안목들이 미를 갈파한 탁견들을 소개했다. 두 번째 장에서는 뛰어난 안목을 소유한 미술 애호가들의 수집 이야기를 통해 안목의 구체적 실천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와 네 번째 장은 저자의 안목과 관계된 내용이다. 세 번째 장 ‘회고전 순례’는 지난 한 해 동안 있었던 대가들의 탄신과 서거에 맞추어 열렸던 회고전을 리뷰하는 형식으로 썼다. 이어 네 번째 장은 대규모 기획전에 부친 전문적 평론들이다. 여기서도 학술적인 데 얽매이지 않고 작가론, 미술비평, 미술사적 증언 등 사안에 따라 다른 시각에서 저자의 안목과 생각을 전개했다. 덕분에 독자들도 미를 보는 눈높이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게 됐다. 2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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