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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살생의 업과 가마솥지옥

기자명 김성순

경전 따라 이름·고통 양상 달라
후대 갈수록 정밀해지고 다양화

이번 회에는 활지옥의 여섯 번째 별처지옥인 불희처(不喜處)지옥과, 일곱 번째 극고처(極苦處)지옥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전술했듯이, 경전마다 약간씩 지옥에 관한 교의와 명명이 다르며, 특히 초기경전에서는 훨씬 그 내용이 소략한 것을 볼 수 있다.

고통 끝 죽었다 느낀 순간
다시 되살아나 기나긴 고통
지옥고 떨어지지 않는 비결
업의 과보를 분명히 알아야

‘장아함경’ 제19권 제4분 ‘세기경’ 지옥품에서는 8대 지옥 중 첫 번째 지옥의 이름을 활지옥이 아닌 상(想)지옥으로 부르고 있다. 왜 그 지옥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것일까? 그곳의 지옥 중생들은 고통 끝에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상(想)을 내는 순간, 다시 살아났다는 상이 저절로 이어지게 되면서 실제로 살아나 또다시 기나긴 고통의 시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별처지옥의 이름도 각각 일동부(一銅釜)와 다동부(多銅釜)지옥으로 다르다. 일동부지옥에서는 옥졸들이 죄인이 도착하는 즉시 붙잡아 물이 끓고 있는 가마솥 안으로 거꾸로 던진다. 죄인들은 솥 안에서 끓는 물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마치 콩을 삶듯이 안팎으로 익게 된다. 이런 고통을 겪고도 아직 죄업이 남아 있어 여전히 죽지도 못한 죄인들이 허겁지겁 달려가는 곳이 바로 다음 일곱 번째 다동부지옥이다. 다동부지옥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전에는 하나의 구리솥(銅釜)에서 고통을 받다가, 이제는 옥졸들이 끓는 물에 솟아오른 죄인을 다른 여러 솥으로 번갈아 내던지며 익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편 ‘증일아함경’ 제36권 ‘팔난품(八難品)’에서는 이 활지옥을 환활(還活)지옥으로 부르고 있으며, 그 명명의 의미는 다른 경전과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정법념처경’ 등에서 8대 지옥 각각에 배속된 16별처지옥의 이름을 달리 부르고, 그 고통의 양상 역시 다르게 적고 있는 데 비해, ‘증일아함경’에서는 통틀어 16개의 별처지옥명만 적고 있다. 이는 후대의 경전으로 갈수록 지옥에 관한 교의가 정밀해지고, 다양하게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아함부 경전들보다 후대에 성립된 ‘정법념처경’에서는 활지옥과 그 별처지옥에서의 고통을 어떻게 변형하고 확대시켰을까?

‘정법념처경’에서는 활지옥의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별처지옥을 각각 불희처(不喜處)와 극고처(極苦處)지옥으로 부르고 있다. 여섯 번째 불희처지옥은 대화염이 주야로 타고 있는 곳을 말한다. 이 지옥에는 부리로 불을 뿜는 새와 개, 여우가 있는데, 그 울부짖는 소리가 극히 흉악하고 공포스러우며, 죄인을 보면 바로 달려와 뼈와 살을 낭자하게 씹어 먹는다. 또한 금강충이라는 벌레가 죄인의 몸에 파고들어 뼛속으로 드나들면서 골수를 먹는다.

이 불희처는 살생의 업과 관련된 지옥으로, 사냥할 때 조가비를 불거나, 큰 북 등을 울리면서 겁에 질린 짐승들을 몰아 사냥했던 이들이 가게 되는 곳이다. 바로 전생에 그가 죽인 새와 짐승들이 죄인의 몸을 뜯어 먹으며, 온갖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면서 죄인의 청각을 괴롭히게 되는 것이다. 이 지옥의 죄인은 설령 죄업의 고통을 다 받은 후에, 이전에 지은 작은 선업으로 인해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평생 악담과 이롭지 않은 소리를 들어야 해서 기쁨을 느낄 때가 없다고 한다.

다음 일곱 번째 극고처는 두터운 번뇌와 깊은 원한을 가지고 악업을 저지른 이가 떨어지게 되는 곳으로 항상 쇠불이 타고 있는 지옥이다. 죄인이 뜨거운 쇠불로 고통을 받다가, 벼랑 밑에 있는 쇠갈고리와 불속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런 쇠불의 고통이 마치 인간의 번뇌처럼 밤낮으로 쉼 없이 이어지는 것이 극고처지옥의 특징이다. ‘정법념처경’에서는 이러한 지옥고통에 떨어지지 않는 해결책으로서 “업의 과보를 분명히 아는 것”을 제시한다. 지옥의 고통을 치밀하게 관조함으로써 생사고뇌를 지어내는 업과 그에 따른 과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이 지옥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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