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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심법요의 서문

기자명 정운 스님

황벽어록 기록 경위 밝히며
미래수행자 이끌 논거 제시

중국 근현대 허운(1840~1959) 선사는 법문을 하실 때, 간혹 제자들에게 사과를 하였다고 한다. 승려들이 법을 설하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는 본성을 구족하고 있는데, 주칠법사(主七法師)로서 법문을 할 수 밖에 없고, 법문이 오히려 제자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소납이 신문 지면을 통해 황벽의 수승한 선리(禪理)를 어긋치는 것은 아닐까? 심히 염려된다.

황벽이라는 스님의 법호
출가지 황벽산에서 유래
훗날 임제 스님으로 법통
구산선문과도 같은 법맥

하동의 배휴가 황벽의 선리를 배우고, 정리하다.

원문: 선에 눈 밝은 선사가 있으니, 법휘는 희운(希運)이고, 홍주(현 강서성 남창) 고안현 황벽산 취봉 아래 주석하셨다. 선사는 육조 혜능(638~713)의 적손이며, 백장의 제자이고, 서당에게는 조카뻘이다. 선사는 최상승법을 깨달았으며, 문자를 여읜 경지, 곧 오직 일심만을 전할 뿐 다른 진리를 설하지 않았다. 일심의 근본 또한 공적(空寂)하며 온갖 인연[萬緣]도 고요한 진리였다. 선사께서 설하신 가르침은 해가 허공중에 떠 온 누리를 비춤에 그 광명이 티끌하나 없이 청정하고 투명하였다.

선사께서 증득한 것은 새롭고 낡은 것도 없으며, 깊고 낮은 것도 없다. 선사가 설한 선리(禪理)는 감히 분별심으로 알 수 없는 경지이다. 또한 선종 한 일파의 종주로서 산문을 개산하지 않았으며, 문호도 개방하지 않았지만, 선사가 머문 그 자리가 진리의 당처(當處)였다. 생각을 일으키는 즉시 곧 어긋남이니, 본 그대로여야 본래의 부처이다.

선사의 말씀은 간명하고, 도는 직절하면서도 험준하며, 그의 행은 고고하셨다. 사방에서 수행자들이 몰려와 스님의 모습을 뵙고 깨달음을 얻었다. 이렇게 선사의 도량에 오고가는 자가 천 여명이었다.

내가 회창2년(842년), 종릉[강서성 홍주 남창] 지역, 관찰사로 재임할 때 선사를 용흥사에 머물게 하고, 아침저녁으로 도를 물었다. 이후 대중 2년(848년)에 완릉[안휘성 휘주와 절강성 항주의 중간] 지역의 관찰사로 재임할 때, 예를 갖추어 선사를 개원사에 머물도록 하고, 아침저녁으로 선사를 찾아가 도를 물었다.

그러나 선사를 뵙고 물러나 생각해보면 열의 한 둘 정도만 이해할 뿐, 심인(心印)으로 감히 드러낼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선사의 정미로운 선리가 미래에까지 전하지 못할까 심히 염려스럽다. 이에 뜻을 내어 선사의 문하인 태주와 법건 두 승려에게 주어서 옛산 광당사로 가지고 가서 여러 장로들에게 선사께서 설한 진리와 같은지 다른지를 살펴달라고 하였다. 대당(大唐) 대중 11년(857년), 삼가 기록하다.

해설: 배휴가 황벽의 어록을 기록하게 된 경위와 기록을 밝히면서 미래세 수행자들에게 황벽선이 미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전심법요’의 서문이다. 황벽산은 황벽이 처음 출가했던 복건성 복주 황벽산을 말한다. 훗날 선사가 강서성 고안[현 의풍]에서 법을 펼치면서 고향의 산 이름을 그대로 붙였다. 선사의 법호는 바로 이 산 이름에서 유래한다.

황벽의 법맥을 간단히 살펴보면, 초조 달마로 시작해 6조 혜능, 남악 회양, 마조,  백장, 황벽, 임제 의현으로 이어지는 법맥에 위치한다. 서당 지장은 마조(馬祖, 709~788)의 장손계 제자로서 우리나라 조계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조계종의 종조는 나말여초 9산선문 가운데, 당나라에서 법을 받아온 도의(道義,?~825) 국사인데, 도의는 바로 서당의 제자이다. 이외 서당의 법을 받아온 제자로는 실상산문[전남 남원 실상사]의 홍척과 동리산문[전남 곡성 태안사]의 혜철이 있다. 황벽이 최상승법을 깨달았다고 하는 것은 경전에 전하는 제일의제(第一義諦)인 경지를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달마 이래 오롯한 일심법으로서 하택 신회가 처음 주장한 남종계(南宗系) 돈오심법(頓悟心法)을 말한다. 

정운 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 saribull@hanmail.net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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