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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구와 분업과 깨달음

여러 개 마음 필요한 시대…흐트러지지 않으면 선정

인간이 말을 잘하는 것은 후두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인간은 유인원들보다 후두가 아래에 있어 자유롭게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갈 위험이 있지만(때때로 진짜로 들어간다. 그래서 죽는 일도 있다), 얻은 이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금강경은, '집단'이 수보리라는 '개인'의 질문을 통해서 엄청난 이문을 남기는, 모범적인 경영학적 사례이다.

분업화된 시대엔 방편 많아야
수많은 마음과 분업 복잡해도
질서 유지하면 그게 군집 선정

(유인원이 인간처럼 능란하게 말을 못하는 더 큰 이유는 뇌 때문이다. 그들은 인간과 유사한 후두를 가졌지만, 그리고 그들의 뇌도 인간의 뇌에서 '말을 하는 기능을 하는' 브로카 영역에 해당하는 곳이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성대 근육을 통제할 신경 시스템이 없어서, 인간과 같은 다양한 소리를 내지 못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은 몸 마음 연기체이지 둘 중 어느 한쪽이 주인이 되어 다른 쪽을 지배하는 주종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각 사람이 각각 특화된 질문을 할 수 있으므로, 질문은 (그 양과 질에 있어서) 인원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즉 인구증가는 깨달음에 유리하다. 이는 분업의 효과이다.

맬서스의 저주와 달리 인구증가는 축복이다. ‘산술적인 식량증가는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그의 말을 뒤집으면 이렇다. 초(超)기하급수적인 지식의 증가는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자식 생산은 둘 사이의 일이지만 지식 생산은 모든 사람 사이의 일이기 때문이다. 인구의 증가는 (천재의 증가로 인한) 과학기술 발전 발명과 (모든 분야에서의) 분업의 확대를 가져왔다. 그리고 과학기술 발전과 분업은 인구를 증가시켰다. 이처럼 인류역사는 인구증가의 역사이자, 기술과 분업에 의한 생산성 증가의 역사이다. 인구의 95프로 이상이 땅에 매달리던 삶을 5프로로 축소시키는 대역전을 이루어냈다. 미국의 농업인구 비율은 훨씬 더 작다: 총인구 대비 1프로에 지나지 않는다.

(분업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각자 특기를 계발하고 기르는 것이다. 그저 그런, 특징 없는, 평균치의 인간이 되는 게 아니다. 전인교육은 자칫 잘못하면 그런 길로 빠질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서구 수준의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것은 이 점이 원인일 수 있다.)

이 분업이 깨달음 사업에도 응용될 수 있다. 부처에게는 각기 특기가 다른 10대 제자가 있었다. 두타 가섭, 다문 아난, 지혜 사리불, 해공 수보리, 설법 부루나, 신통 목련, 논의 가전연, 천안 아나율, 지계 우바리, 밀행 라후라 등이다. 이들이 부처의 천 개의 손에 해당한다.

기독교 신이 '빛이 있으라' 명령해서 빛이 생기듯, 부처가 제자들에게 '깨달음을 얻어라' 명령해 깨달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양한 방편이 필요하고 그게 조각보살(助覺보살) 부처의 특화한 제자들이다. 세상이 복잡하게 발전할수록 더 많은 종류의 손이 필요해진다. 크로마뇽인의 원시적 활이 아닌 고구려의 각궁 같은 첨단 활을 만드는 데는 수많은 연장이 필요하다. 수레가 아닌 자동차에는 3만개의 부품이, 보잉747 같은 비행기에는 500만개의 부품이 필요하고, 수많은 기술자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문명이 발달할수록 여러 방면에 통달한 제자들이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승려들 중에서 수학 물리 화학 진화론 생물학 뇌과학에 정통한 수학보살, 물리보살, 화학보살, 진화론보살, 생물학보살, 뇌과학보살이 나와야 하고, 인류학 고고학 종교학 언어학 심리학에 정통한 인류학보살, 고고학보살, 종교학보살, 언어학보살, 심리학보살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높아진 중생의 눈높이에 올려 맞출 수 있다.

하나의 연장으로, 예를 들어 낫으로, 모든 물건을 만드는 신기를 부리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런 물건들은, 예전에는 쓸 만하고 볼 만했을지 모르나, 지금 기준으로는 조악할 뿐이다.

하나의 마음으로, 예를 들어 선정이나 신심으로, 모든 걸 처리하는 시대도 지나갔다. 현대에 비해 몹시 단순한 과거의 삶은 종교적 무심함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잃을 게 별로 없었다. 한 명의 천재가 모든 분야에 통달할 수 있는 시대 역시 지나갔다. 인구가 늘고 또 늘어난 사람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4의 멱승으로 정보가 증가하기 때문에 한정된 개체의 두뇌 용량으로는 모든 분야에 통달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지금은 여러 개의 마음이 필요하다. 그 여러 개의 마음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그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면 그게 선정이다. 수많은 마음과 분업이 복잡하게 돌아감에도 사회가 질서를 유지하면 그게 군집선정이다. 그 질서를 유지하는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군집지혜이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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