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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정태훈씨-상

기자명 법보신문

퇴직 후 반신반의로 참선
앉다보니 마음공부 와닿아
‘나’만 내세웠던 과거 참회

▲ 공견·63
나는 오랫동안 오직 직장생활에만 전념한 사람이었다. 직장 생활이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 왔기에 그동안의 나는 종교나 수행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물론 아내와 함께 가끔 절을 찾기도 했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내가 참선에 대해서는 더욱 알 리 없었다.

마음공부가 무엇인지 듣지도 보지도 알지도 못했던 수십여년 간의 직장생활이 내 인생의 전반기였다. 그렇다면 참선을 알고 시작한 이후부터는 새로운 인생의 출발이자 삶의 후반기를 새로이 설계하고 살아가는 기분이라고 포현하고 싶다.

벽시계는 고장 나도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다. 어느 날 예견은 했지만 퇴직을 하게 되었다. 퇴직 후 나는 여느 퇴직자들의 일상처럼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실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유의미한 인생 후반기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상황이었다. 이따금 절에 다니는 아내와 사찰을 찾았다. 그래도 어떤 신행단체에 가입하거나 수행을 하는 것은 멀게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마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 후 수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무엇인가 새 출발의 발원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할 즈음, 우연히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참선하는 보살님과 인연이 되어 부산 대광명사 공부방을 찾게 되었다. 과연 할 수 있을지에 망설임이 컸다. 그럼에도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에 만족한 채로 반신반의하면서 공부방에 앉기 시작한 지 어느덧 수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시간에 맞춰 참선반에 동참했고 지정된 프로그램에 맞게 좌선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묵묵히 동참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불투명하기만 했지만 일단 시작한 일을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최소한 시간에 맞춰 앉아 있기라도 하자는 심정이었다. 다행히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지루하다거나 벅찬 수행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수행이 아주 잘 되어 간다고 표현하거나, 기이한 현상을 마주할 일도 없었다. 역시 시간은 흐르고 층층이 쌓였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되고 몇 개월이 지났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마음공부라는 말이 비로소 와 닿기 시작했다.

분명한 사실은 참선을 한다고 해서 당장 자신이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문득 거사회 법회에 참석해 법문을 듣는데 가슴 속 깊이 사무치는 바가 있었다. 그 동안의 켜켜이 쌓인 업장들이 얼마나 두터운 지 서서히 보이게 되었다고 할까. 마음공부 이후 나와 주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며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나의 마음가짐이 분명 변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은 정녕 맞다. 과거의 나는 집단 속에서 생활하며 남을 험담하고, 목청 높여가며 오직 내 주장만이 내세웠다. 또 상대방에게 죄의식 없이 온갖 비난을 쏟아내며 살아온 것 같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항상 다른 이들의 잘못을 찾으려 들었다. 아이들에게도 하는 잔소리도 아버지의 당연한 도리라고 느끼며 살았다.

무엇보다 팔남매 중 막내였던 나는 늘 불만이 많았다. 가족은 물론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의 실수를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잘잘못을 따져야 일이 해결된다고 믿고 살았다. 그 상황에서 나는 없었다. 아니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타인은 그렇게 분석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상황만 반복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는 완전 달라졌다. 주위에서 남을 비방하거나 우는 소리, 신경질을 내는 소리,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리며 목청 높이는 행동을 보면 안타깝게만 느껴지며 나도 모르게 자리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지나온 과거의 어리석었던 나의 모습들을 회상하며 리모델링하는 마음으로 자아반성을 해본다.

내가 만든 나의 기록들은 지금 지울 수 없지만, 지금이라도 돌이켜 반조하고 참회하고 반성하며 그 시절 주위의 인연들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보내고 있다.

[1378호 / 2017년 2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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