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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심 또 발심…불퇴전 각오로 쉼 없이 정진하라”

  • 교계
  • 입력 2017.02.09 19:52
  • 수정 2017.02.09 20:00
  • 댓글 1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동안거 해제 법어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2월11일 동안거 해제를 맞아 법어를 내리고 지속적인 정진을 당부했다.

진제 스님은 “결제에 임한 대중 모두가 금빛사자의 포효(咆哮)를 하고 승천(昇天)하는 용의 트림을 내보여야 할 것”이라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다시 마음을 다잡아 부처님의 은혜, 스승님의 은혜, 시주자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여 발심(發心)하고 발심하여 정진의 고삐를 놓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장부의 기개(氣槪)로 발심을 고취(鼓吹)하고 불퇴전의 각오로 쉼 없이 정진하고 선지식의 고준한 법문을 듣고 오직 대오견성(大悟見性)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스님은 “마음을 깨달으면 진리가 그 가운데 있으니, 삼보(三寶)가 하나이고, 하나가 삼보”라며 “지금 이 자리에서 법문을 듣고 있는 마음, 바로 이것을 깨달아 알 때에 팔만 사천 진리가 사람 사람의 마음속에 다 갖추어져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화두가 없는 이에게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를 화두로 내리고 “일체처일체시(一體處一體時)에 챙기고 의심하고 챙기고 의심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에 따르면 이번 동안거에는 전국 96개 선원에서 2063명의 대중이 방부를 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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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병신년 동안거 해제법어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마음의 청정(淸淨)한 그 자체를 깨달으면 그것이 곧 부처요,
마음의 청정한 광명(光明)을 임의자재(任意自在)하게 쓴다면
그것이 곧 법(法)이요, 승(僧)이니라.
 
마음을 깨달으면 진리가 그 가운데 다 있으니, 삼보(三寶)가 하나이고, 하나가 삼보로다. 지금 이 자리에서 법문을 듣고 있는 마음, 바로 이것을 깨달아 알 때에 팔만 사천 진리가 사람 사람의 마음속에 다 갖추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
 
결제에 임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듯 삼동구순(三冬九旬)의 결제가 지나고 해제일이 도래(到來)하였도다. 지난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고,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빨리 지나감이라. 중생의 일생도 또한 이와 다르지 않으니 의식이 있는 한 화두를 챙기고 의심함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 됨이라.
화두를 타파한 진리의 세계에는 무시무처(無時無處)라, 즉 시간도 없고 장소도 없으니 일념(一念)이 무량겁(無量劫)이고 무량겁이 일념이라.
 
금일 해제일에 이른 지금, 결제에 임한 대중 모두가 금빛사자의 포효(咆哮)를 하고 승천(昇天)하는 용의 트림을 내보여야 할 것이라.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찌 해제일이 되었다고 산천(山川)을 유랑(流浪)하고 허깨비처럼 행각(行脚)을 나설 수 있겠는가! 다시 마음을 다잡아 부처님의 은혜, 스승님의 은혜, 시주자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여 발심(發心)하고 발심하여 정진의 고삐를 놓지 말아야 할 것이라.
 
중생들은 낙동강의 모래 알 보다도 많은 전생의 업연(業緣)들이 쌓여 있기에 원숭이의 발심으로는 이 대도(大道)를 성취하기 어려움이라.
대장부의 기개(氣槪)로 발심을 고취(鼓吹)하고 불퇴전의 각오로 쉼 없이 정진하고 선지식의 고준한 법문을 듣고 오직 대오견성(大悟見性)만을 생각할 지어다.
백절불굴(百折不屈)의 강철(鋼鐵) 같은 의지(意志)를 가진 자만이 은산철벽(銀山鐵壁)을 쳐부수고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진일보(進一步)하여 천하를 종횡하는 대장부의 활개를 칠 수 있음이라.
 
화두가 있는 이는 각자의 화두를 참구하되,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 이 화두를 들고 일체처일체시(一體處一體時)에 챙기고 의심하고 챙기고 의심하여야 할 것이라.
 
중국의 당나라시대에 조주(趙州)선사께서 문수보살을 친견하려고 오대산을 향해 행각(行脚)에 오르셨다. 오대산(五臺山)은 문수보살(文殊菩薩)이 상주(常住)하고 계시는 곳으로 알려져 있음이라.
수백 리 길을 가다가 하룻밤 머물고자 어느 암자에 들르시니, 그 암자에 계시던 백발 노승(老僧)이 물었다.
 
“젊은 스님은 어디로 가는고?”
“오대산 문수보살을 친견하러 가는 길입니다.”
이 말 끝에 노승이 게송을 읊기를,
 
何處靑山非道場<하처청산비도량>인데
何須策杖禮淸凉<하수책장예청량>인고.
雲中縱有金毛現<운중종유금모현>이나
正眼觀時非吉祥<정안관시비길상>이니라.
어느 곳 청산(靑山)과 도량(道場) 아닌 곳이 없거늘
하필 책장(策杖)을 짚고 청량산(淸凉山)까지 예(禮)하러 가려는가.
가사 구름 가운데 금빛 사자를 탄 문수보살이 나타난다 해도
바른 눈으로 보건대 길상(吉祥)한 것이 못되느니라.
하고, 조주 선사를 경책하였다.
 
노승의 게송을 다 듣고 난 조주 선사께서
“어떤 것이 바른 눈[正眼]입니까?”
하고 물으시니, 노승은 그만 말이 막혀버렸다.
 
조주 선사께서 노승의 암자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다시 오대산을 향해 길을 나섰다. 가는 도중에 또 어떤 노인을 만났는데 그 노인이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을 향해 그렇게 가는고?”
“오대산 오백 나한승(五百羅漢僧)에게 예배하러 갑니다.”
“어젯밤 오백 나한이 다 물빛 암소가 되어 갔다.”
이 말 끝에 조주 선사께서
“아이고, 아이고!”
곡(哭)을 하셨다.
이것이야말로 천추만대(千秋萬代)에 귀감이 되는 진법문(眞法門)이로다.
우리가 이러한 법문에 확연명백(確然明白)한 법안(法眼)이 열려야만 비로소
사람 도리를 할 수가 있는 법이로다.
 
이와 같은 삼매(三昧)를 드러내 보인 법문이 또 있음이라.
남전(南泉) 선사께서 천태산(天台山)의 한산(寒山), 습득(拾得)께 예배드리러 와서 며칠 머물다가 하직 인사를 올리자, 한산께서 물으셨다.
“어디를 가려 하시오?”
“마을 아래 돌다리에 놀러 가고자 합니다.”
“거기 가서 무엇을 하시려오?”
“가서 오백 나한승에게 예(禮)를 올리려 합니다.”
그러자 한산께서 하시는 말씀이,
“어젯밤에 오백 나한이 다 물빛 암소가 되어 가버렸소.”
하시는 것이었다.
 
여기에 모인 시회대중들은 이 말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소승과(小乘果)를 증득(證得)한 신통자재(神通自在)한 나한승들이 물빛 암소가 되어 가버렸다고 하니, 그 말에 남전 선사께서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을 하시니, 한산께서
“비록 몸은 뒤에 받았지만 큰 종사(宗師)의 눈을 갖추었도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남전 선사께서는
“허허!”
라고 허허성(噓噓聲)을 하시었다.
 
여기에 큰 뜻이 있음이로다.
이것은 여러분들이 화두를 타파(打破)하여 자신의 성품을 바로 보게 되면, 왜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을 하며, 또 왜 “허허성”을 하는 것인지를 바로 알게 됨이로다.
 
그렇게 되면 조주, 남전 선사를 바로 알고, 한산, 습득의 살림살이를 다 알아서 그 분들과 척척 상통(相通)하게 되리라.
 
그러면 남전 선사께서 “허허!” 하시는 데는 한산, 습득 두 분 다 아무 말씀이 없으셨는데, 산승(山僧)이 만약 그 자리에 있었던들,
 
손뼉을 치면서 “하하!”라고 한바탕 큰 웃음을 치리라.
여기에도 또한 큰 뜻이 있음이로다.
손뼉을 치면서 “하하!”라고 웃는 이 뜻을 안다면 모든 부처님의 은혜와 사사공양(四事供養), 시주(施主)의 은혜를 다 갚을 수 있으리라.
 
필경에 진리의 한 마디는 어떠한 것인고?
 
충락벽개송천척(衝落碧開松千尺)이요
절단홍진수일계(截斷紅塵水一溪)로다.
 
푸른 하늘을 찔러 여는 것은 천 길 푸른 소나무요,
세간의 먼지를 끊어내는 것은 흐르는 물이더라.
 
〔주장자로 법상(法床)을 한 번 치시고 하좌(下座)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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