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승암사 주지 도광 스님
2월9일, 법보신문과 인터뷰
종교 간 화합·상생과 무관한
“무지한 행정행위” 강력 규탄
대책위 구성·법적 대응 천명
도광 스님은 2월9일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등이 주장한 것처럼 승암산은 전주의 진산(鎭山)이며 나아가서는 불교를 중심으로 한 천년 역사의 현장”이라며 “이는 전주시가 표방하고 있는 ‘천년전주 천년고도’ 이미지에도 부합되는 것인데도 이러한 승암산에 사실상 가톨릭 성지가 될 ‘치명자성지 세계평화의전당 건립’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무지한 행정행위에 불과하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여러 학자들의 이의제기가 있었음에도 도시홍보, 도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치명자산 이름을 사용해 진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게다가 2013년에 같은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 불교계 반발로 중지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불가피하게 법적대응을 하여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스님은 전주시가 이번 사업의 기대효과로 내세운 ‘아름다운 순례길의 전초기지로 작용해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을 유도’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역사왜곡”이라고 일축했다. 스님은 “‘아름다운 순례길’이라는 것은 2014년 교황 방한에 맞춰 해당 지역을 순례코스로 만들려던 가톨릭계의 야심에서 비롯됐다”며 “‘아름다운 순례길’뿐 아니라 천장암 등 많은 불교성지가 여러 가지 미명아래 가톨릭 성지로 둔갑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업 역시 종교화합과는 무관한 역사왜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업 이전부터 전주시가 보인 종교편향적 행정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스님은 “가톨릭신자였던 과거 전주시장의 여러 가지 후원과 묵인으로 승암산이 어느 순간부터 치명자산성지로 둔갑하더니 표지판과 홍보물 등에서 승암산이 아닌 치명자산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전주시를 비롯한 전북지역 지자체장들이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국민 혈세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님은 “국민 혈세를 특정종교 성지화 사업에 투여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고, 한옥마을 관광객들에게도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꼴이 된다”며 “이러한 잘못된 행정을 그저 바라만보고 있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승암사 주지 소임과 더불어 태고종 전북종무원장 소임도 함께 맡고 있는 스님은 “전주시의 비상식적 행정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으며 전북지역 각 종단과 신행·시민단체들과 논의해 이른 시일 안에 대책위를 구성하여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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