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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정태훈씨-하

기자명 법보신문

매일 ‘천수경’ 독송하며
방하착 할 삼독심 되새겨
참선으로 또 태어난 기분

▲ 공견·63
좌선을 하다보면 문득문득 지나온 시간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과거의 습관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려 하는 모습을 마주하면 얼마나 습관이 무서운 지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매일 아침 ‘천수경’을 독송하면 특히 가슴에 와 닿는 구절들이 있다. 불, 법, 승 ‘삼보’와 탐, 진, 치 ‘삼독’ 그리고 계, 정, 혜 ‘삼학’이라는 구절이다. 그 중에서도 ‘삼독’이라는 용어가 눈에 들어왔다.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많이 접하는 행동이나 모습으로 쓸데없는 탐욕을 내기도 했다. 또 순간을 참지 못해 분노하거나 화를 내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고, 사리분별이 부족하여 어리석게 하는 행동이 얼마나 많았던가.

결국 이러한 삼독은 마음을 청정하게 하지 못하게 하며 마음수행에 방해 요소가 되지 않나 싶었다. 죄의식 없이 상대방을 몰아세우고 험담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던 나 자신은 삼독심에 푹 젖어있었던, 지금도 젖어있는 중생이었다. 돌이키고 다시 돌이키며 부단히 삼독심을 비워내는 것이 수행에 있어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다.

마음공부는 단순히 참선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참선은 기본바탕으로 하되, 꾸준히 법문을 듣고 기도를 하면서 끊임없이 업장을 소멸하고 마음의 정화를 거듭해야 하리라. 이 과정이 내 후반기 인생의 새로운 설계도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절에 자주 나갈 수는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면서, 또는 잠들기 전 매일 1시간 동안 집에서 좌선을 하고 있다.

앉아 있는 시간을 가질 때 비로소 내 마음은 퍼즐 조각처럼 다시 자리 조정을 반복하며 리셋을 한다. 워낙 오랜 기간 업장에 붙들려 살아오다보니 매순간 돌이켜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일들이 많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기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일도 더 활기차게 즐겁게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이 너무 급변하게 돌아간다. 변화하고 바뀌는 것이 워낙 많다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마저도 관계 유지 기간이 짧고 건조하게 이어지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심도 단절되며 말도 거칠어지고 행동마저 극단적으로 드러날 때가 많다. 그러한 현상들을 우리 주위에서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고 매일 마주하는 매체를 통해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일들을 바라보면 그저 안타깝다. 속도만 강조하는 시대의 열쇠는 수행에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러나 지름길로 가는 왕도는 결단코 아니다. 수행을 한다고 해서 빠르게 뭔가 바뀌진 않는다. 잠시 멈추어서 자신을 돌아보고 나와 주위를 함께 바라보며 바른 안목으로 인연의 실타래를 푸는 일이 그리 금방 진행되진 않는다. 다만 돌이켜 보는 그 순간, 인생의 퍼즐은 다시 맞출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반복하다보면 문제의 발생 빈도가 현격히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2017년에는 삼독심의 소멸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항상 ‘알아차림’을 잊지 않아 늘 생각을 조심할 것이다. 또 말을 조심하고 행동을 조심하고 습관을 조심하여 나의 후반기 인생사의 방식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도록 정진하고 싶다. 항상 지켜봐주고 믿어준 아내가 고맙다. 소중한 도반을 이제야 발견하게 되었으니 늦은 만큼 함께 더 불교를 공부하고 정진하는 삶을 이어갈 것을 약속한다.

아이들에게는 지난 시간 동안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권위적으로 강압했던 일들을 사과하고 싶다. 그리고 소중한 형제들과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마음공부를 들먹이며 형제들에게 훈계식으로 말했던 일들이 돌이켜보면 너무 부끄럽다. 지금이라도 용서와 관용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수행으로 치면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막내이지만 스스로 먼저 변화하고 낮추며 살아가고 싶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는 표현을 참선을 만나고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인생의 후반기는 온전히 마음공부로 보내어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항상 감로의 법문으로 명종이 되어 주시는 대광명사 주지스님과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참선반 보살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리며 글을 맺는다.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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