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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단 사찰문화해설 울산팀 배해익씨-상

기자명 배해익

절망 속 한 줄기 빛이던 관세음보살에 이끌려

▲ 58, 평담
깨달은 경지에서 나타나는 자연 그대로의 심성은 뭘까. 불가에서 늘 불성, 참나, 진여라고 일컫는 그 자리는 어디에 있으며 뭐가 있는 것일까. 가식이나 인위적인 것을 일체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모든 사람들이 갖추고 있는 심성이 있을까. 본지풍광(本地風光), 천진면목(天眞面目), 법성(法性), 실상(實相) 등이 내게도 과연 있을까.

진정한 ‘나’ 찾고자 방황
기독교에서 답을 못 구해
사관생도 시절 죽음 문턱
병상서 ‘천수경’ 등 암기

예부터 선사님들께서 늘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米生前 本來面目)’을 궁구하라 하셨다. ‘부모님 몸에서 태어나기 이전에 참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다. ‘참나’라고 하면 나라는 실체가 따로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진정 ‘나’는 어디서 어떻게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젊은 시절의 난 항상 방황했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팔다리, 이 육신을 끌고 다니는 이놈을 주관하는 그놈이 누구인지 정녕 궁금했다.
한 때는 교회에도 나가서 그 답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결국엔 답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자아 혼란에 빠질 때가 더 많았다. 왜냐하면 기독교 교리에는 답이 없었다. 그 쪽에서는 절대적인 신이 있었다. 인간은 구원받아야만 영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논리로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 궁극적으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난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 그 까닭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 형편상 일반대학에는 진학할 여유가 없었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했다. 사관학교에서는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3가지 종교 가운데 하나를 의무적으로 선택해서 매주 수요일 저녁에 종교활동을 해야만 했다.

어느 종교를 선택할 것인가 망설였다. 그런데 이미 고등학교 시절 기독교에서 나의 본성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 적이 있었다. 불연인지 필연인지, 아님 우연이지 사관학교 내에 있는 호국사 군법사스님을 뵙고 우리 전통종교인 불교를 택하기로 했다.

처음인지라 참 낯설었다. 삼귀의, 오계도 모르던 나에게는 불교가 무척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군법사스님을 뵙고 난 뒤 그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시절인연이 가슴에 확 다가왔다. 법당에 앉거나 서서 예불시간에 뜻도 모르는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법당에 모신 석가모니불상 앞에서 알지도 못하고 절하고 또 절하며 기도했다.

3월의 어느 날 밤이었다. 갑자기 비상훈련이 소집됐다. 전 생도들은 부리나케 전투복을 차려입고 군화를 신고 소총을 지참했다. 말 그대로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으로 총알처럼 내달렸다. 막사에서 연병장까지 계단을 수백개 내려가야 했고, 5분 이내 연병장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모든 생도들이 필사적으로 날다시피 뛰었다.

어둠은 칠흑 같았다. 가로등이 켜져 있었지만 밤 시간이었다. 정신없이 뛰어 내려가는 와중에 계단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에만 의지해 윤곽을 드러낸 계단은 비상훈련이라는 다급함 탓인지 가물가물 보였다.

순식간이었다. ‘다 왔다’라고 생각이 들려는 찰나, 내 시선은 중심을 잃었고 계단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질끈 눈이 감겼다. 말 그대로 헛발질로 인해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픔을 느낄 틈도 없었다. 뒤이어 계단을 뛰어내려오던 생도들은 쓰러진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수도 없이 내 몸을 짓밟고 지나갔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가까스로 계단을 벗어나 풀숲으로 피해 얼굴과 등줄기에서 흘러내린 선혈을 팔소매로 훔쳤고,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렸을까? 백의의 관세음보살님께서 다친 내 몸의 상처를 인자하고 자비롭게 쓰다듬어 주셨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진해국군통합병원 병상에 누워있었고, 창밖으로는 봄날 아침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었다. 난 두 달 병원생활에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달달 외웠다. 

배해익 울산지역단 사찰문화해설 울산팀 hibae@uc.ac.kr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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