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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도였던 스님 “출가는 인생 최고 선택”

  • 인터뷰
  • 입력 2017.02.16 18:02
  • 수정 2017.02.16 22:07
  • 댓글 1

동국대 불교대학 수석졸업
네팔에서 온 자재 스님
힌두교 단체 활동하던 중
극단적 고행에 의문 품어
2012년 직지사에서 출가
“포교는 단 하나의 목표”

자재 스님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은 출가였죠. 지금도 그 생각 변함없습니다.”

동국대 봄 학기수여식이 열렸던 2월16일, 교내 정각원에서 만난 네팔인 자재 스님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조계종립 동국대 불교대학 최초의 외국인 수석 졸업. 그 눈부신 영예에 곳곳에서 찬사가 쏟아졌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정작 스님은 ‘수석’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신 오늘을 새로운 길의 출발이라 믿으며 부처님 법을 알리겠다는 초발심을 되새기고 있었다.

“낯선 한국에서 출가했던 것은 불교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다는 목적이었어요. 그것은 제 인생의 목표이기도 했고요. 포교 외에 다른 목표는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스님 말처럼 한국은 낯선 나라였다. 2011년 8월 입국하기 직전까지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윤곽조차 잡히지 않던 희미한 실루엣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불교는 ‘외도’였다. 스님은 열정적인 힌두교신자였다. 부모님 종교를 따라간 것이긴 했지만, 신앙심은 나날이 깊어져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야트리 파리와르(Gayatri Pariwar)’에 가입해 활동할 정도였다. 가야트리 파리와르는 전 세계 160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힌두교단체다. 스님은 그곳에서 3년간 만트라 수행을 한 뒤 인도 델리로 넘어가 1년 가까이 힌두교포교에 매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의문이 꿈틀거렸다. 힌두교의 고행이 스스로를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중도의 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답을 찾던 스님 앞에서 인연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네팔 국립 트리부반 대학교(tribhuvan university) 영어교육과에 입학해 고등학교 강의를 병행하던 시기였다. 우연한 계기로 학생들에게 연기법을 가르치게 됐는데, 자신이 찾던 질문의 답을 불교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당시 네팔에 불교종단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스님은, 요가를 배우다 친구가 돼 연락을 주고받던 한국인을 떠올렸다. 그 친구는 광주 문빈정사를 소개시켜줬고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011년 8월15일이었다.

“처음엔 출가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스님이 되면 내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는 불교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깊게 체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자 모든 게 명확해졌습니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화계사에서 6개월 동안 행자생활을 한 뒤 2012년 2월 직지사에서 사미계를 받았죠.”

동국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스님은 2013년 봄 불교대학에 입학했다. 학비의 70%는 조계종에서, 나머지 30%와 생활비 일체는 문빈정사와 주지 법선 스님이 지원했다. 기숙사인 백상원과 학교 강의실, 도서관을 순회하는 판에 박힌 생활이었지만 도반들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은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도 4년 동안의 강의 내용들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매 수업마다 집중력을 발휘했던 스님은, 결국 동국대 불교대학 최초의 외국인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이제 스님은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그때처럼 또다시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 서있다. 올 봄부터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갈 예정인 것이다. 어차피 평생 스님으로 살아갈 것이기에 굳이 불교학과가 아니더라도 불교와 멀어지진 않을 터다. 오히려 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넓은 영역을 아우르고 있는 학문 가운데 하나인 인류학을 통해 불교의 사회적 저변을 넓혀보겠다는 마음을 다지고 있다.

“불교가 사회를 끌고 오는 게 아니라, 사회가 불교를 필요로 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해요. 불교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불교로 인해 내가 이렇게 행복하고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죠. 그러려면 불교의 핵심인 연기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요. 내가 잘 살아야 네가 잘 살고, 네가 잘 살아야 내가 잘 사는 연기의 진리를 체감하게 한다면 불교는 자연스럽게 사회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스님의 총기 어린 눈망울은 포교를 이야기하는 동안 더욱 반짝였다. 불법을 알리겠다는 발원 하나로 낯선 한국에 와 적지 않은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네팔도 한국도 고향이거나 타향이 아닌 씨앗 뿌려 일궈나가야 할 하나의 불국토가 됐다. 그래서 스님 역시 네팔에서 온 이국인이 아닌 나와 다름없는 부처님 제자로서 한국불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올곧은 삶으로 부처님을 알리겠다 덧붙인 뒤 인파 속으로 스며든 뒷모습에서 머잖아 다시 한 번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설 스님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그려본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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