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의 교수는 조계종을 소개하는 영문책자를 비롯해 영문판 ‘경허집’ ‘간화선입문’ 등 30여종의 출판물을 영역했다. 특히 2012년 완간된 조계종 한국전통사상총서 영역작업에 참여해 역대 고승 26명의 선시를 영어로 옮기는 가장 어려운 작업도 담당했다. 한국전통사상총서 영역작업 담당자 가운데 한국인은 박영의 교수가 유일했다.
박 교수는 영역뿐 아니라 참선과 불교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와 한글로 구성된 ‘마음찾기’라는 제목의 시집 7권을 발간했고, 2010년에는 불교용어를 영어로 설명한 ‘실용 한영 불교용어사전’을 편찬했다. 1200여 페이지에 5000여개의 단어를 담은 이 불교용어사전은 오로지 박 교수의 원력에 의해 편찬됐다.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자고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불서를 번역하고 번역한 내용을 컴퓨터에 옮기는 일에 마음과 정성을 다했다.
박 교수는 2014년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년퇴임 후에야 그동안 미뤄둔 부처님 가르침을 영역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할 일이 있다는 것, 그것도 다른 사람을 위해, 불교를 위해, 부처님을 위한 일이라면 더 이상 좋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교수의 마지막 목표는 ‘사명대사어록’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이 ‘사명대사어록’을 읽으면서 환희심을 느끼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두근댄다고 했다. 그 마지막 불사를 남겨둔 채 박 교수는 조용히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서방정토로 떠나갔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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