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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불교처럼 우리에게 순수한 기쁨 선사하죠”

  • 만다라
  • 입력 2017.02.20 15:58
  • 수정 2017.02.22 11:02
  • 댓글 6

지휘봉 든 전문포교사 이준형

▲ 테너 이준형 독창회 공연 모습.

“드넓은 바닷물이라도 쉬지 않고 퍼낸다면 언젠가는 그 밑바닥을 보게 될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구도의 길을 간다면 무슨 구함인들 얻지 못하며, 무슨 소원인들 이루지 못하겠는가.” (‘불설대아미타경’)

중앙합창단서 불교음악 인연
한상림선생에 성악기초 공부
편견 극복…연등회 지휘도
뮤지컬·대중가수 등 도전

이준형(56·서봉) 테너의 삶을 보노라면 부처님의 이 가르침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어 보인다. 기계를 만지던 공학도에서 성악가로, 합창단 지휘자로, 오페라 단원으로, 대중가수로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며 어린 시절 꿈을 이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음성공양으로 불법홍포에 앞장서 온 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온 그의 삶에서 유일하게 변치 않은 한 가지는 바로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마음이다. 그가 처음 불연을 맺은 건 고등학생 시절이다. 성악가 되기를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공고에 진학해야 했던 그는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며 마음을 달랬다. 그에게 법당은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곳이었고, 법사라는 새로운 꿈을 심어준 희망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졸업 후 생업전선에 뛰어들면서 노래와 불교를 향한 열정은 마음에만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간절한 바람 덕분일까. 인연은 우연한 기회에 필연처럼 찾아왔다. 친구 하나가 출가해 서울 영화사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꿈을 이루는 사람들’ 대표 진오 스님이다. 영화사 청년회에서 만난 스님은 그에게 포스터 한 장을 건넸다. 대한불교중앙가릉빈가합창단에서 단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22살 되던 1983년 오디션을 통해 중앙가릉빈가합창단의 일원이 되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불교가 제게 다시 음악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죠.”

불교 음악인으로 진일보하는 인연도 찾아왔다. 불광사합창단을 지도하던 한상림 선생을 은사로 모시게 된 것이다. “처음엔 기회조차 주지 않으셨어요. 몇 날 며칠을 찾아가 매달렸지요. 어린 시절 꿈이었던 성악가가 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간절함이 통했는지 제자로 받아들여 주셨고 악보 보는 법부터 음악을 해석하고 발성하는 법 등 기초부터 배울 수 있었습니다.”

▲ 2014년 ‘가릉빈가의 노래’에 지휘자로 참여했다.

스승은 엄격했다.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자만심이 보이면 가차 없이 경책이 날아들었다. 건국대 공대 입학을 준비하는 중에도 입시보다 노래공부에 더 많은 애정과 시간을 쏟았다. 그러나 스승의 갑작스런 별세로 배움의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지만 불교음악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진오 스님이 영화사 합창단을 만들며 지도를 부탁해 왔다. 부족함을 알지만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지휘봉을 잡았다. 모자란 부분은 전문가들을 찾아가 묻고 공부하며 채워나갔다. 노력한 만큼 성과도 이어졌다. 조계사 청년회를 비롯해 이곳저곳서 합창단 지휘를 부탁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박수와 격려보다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전공자가 아니라는 편견이 그를 옭아맸다. 서럽고 힘든 마음은 다시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과 신심에 기댔다. 매순간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만심을 경계하고 하심하는 방편으로 삼고자 했다.

잠시 불교음악을 떠난 적도 있었다. 1997년 결혼을 하면서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선택했다. 그러나 마음은 언제나 불교음악을 향했고 갈망은 나날이 깊어졌다. 결국 그는 7년 만에 다시 불교계의 문을 두드렸다.

7년간 묻어뒀던 열정을 그야말로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의정부포교당을 비롯해 서울 봉원사, 양주 육지장사, 광명 청룡사 등의 합창단을 맡았다. 바라오페라단 창단멤버로 음악회와 뮤지컬 공연에 참여하고, 풍경소리 붓다콘서트에도 운영위원으로 동참했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불교공부에 매진했다. 조계사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포교사 자격을 취득했고, 전문 과정까지 이수해 전문포교사 품수도 받았다.

▲ 2013년 경기북부음악예술제에서 공로상을 수상했다.

“불교합창단 지휘자는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찬불가는 부처님 이야기나 경전 구절을 인용해 함축한 가사가 많기 때문이죠. 지휘자가 찬불가에 담긴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동참하는 분들도 바른 이해 속에서 신심을 가지고 노래할 수 있습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성악과에도 입학했다. 포교사로서의 삶을 택한 만큼, 불교음악을 통해 한번 제대로 포교해 보겠다는 발원을 세웠기 때문이다. 도전은 계속됐다. 소프라노 김양희씨와 찬불가앨범 ‘좋은인연’을 출시하고, 불교음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대중음반 ‘우리끼리’를 발표했다. 지휘자와 테너, 대중가수를 넘나들며 ‘음악을 통한 불법홍포’라는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내달렸다. 그 결과 2013년 불교계 최대 축제인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에서 연합합창단의 지휘를 맡는 영광을 안았고, 2014년 불교음악상 공로상도 받았다.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 가을 예정된 독창회와 바라오페라단 공연 준비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불교와 음악의 공통점은 순수한 기쁨과 행복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하며 나와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으면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그렇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웃으며 정진할 수 있습니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부처님마을을 꿈꾼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인 도반들과 함께 세운 발원이기도 하다. 가야할 길이 있고, 함께할 도반이 있다는 것. 이준형씨의 하루하루가 늘 행복으로 가득한 이유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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