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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중합지옥(퇴압지옥)

기자명 김성순

큰 돌산 사이에 죄인 몰아넣고
으깨고 짓눌러 부숴버리는 지옥

이제는 흑승지옥의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8대 근본지옥 중에서 세 번째에 해당되는 중합(衆合)지옥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왕생요집·정법념처경 명시
도살의 업 지은 사람들은
축생들 겪은 고통 받게 돼
‘앙코르와트 지옥도’ 유사

‘정법념처경’에서는 이 지옥의 이름을 ‘합(合)지옥’으로 적고 있지만, ‘왕생요집’에서는 이 지옥을 ‘중합지옥’으로 부르고 있으며, 이는 ‘여러 가지 합지옥’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중합지옥은 가로세로의 넓이가 흑승지옥과 같으며, 많은 철산이 짝을 지어 마주보고 있다고 한다. 소머리 혹은 말머리를 한 옥졸들이 손에 몽둥이를 쥐고서 죄인들을 산 사이로 몰아넣고는 두 산을 당겨서 압박하니, 몸이 꺾이고 부서지며, 피가 온 땅에 흐른다. 어떤 철산은 공중에서 죄인들에게로 떨어져 마치 몸이 모래처럼 부서지게 된다. 이때, 극악한 지옥 귀신과 뜨거운 철사자, 호랑이, 이리 등의 여러 짐승과 까마귀, 독수리 등의 새가 다투어 와서 죄인들의 뼈와 살을 먹는다.

이 지옥에는 큰 강이 있는데 그 안에는 쇠갈고리가 항상 불타고 있다. 옥졸들이 죄인을 들어 저 강 속에 던지면 쇠갈고리 위에 떨어진다. 또 그 강 속에는 뜨거운 붉은 구리물이 가득 차 있고, 그 안에 죄인들이 잠겨서 떠다닌다. 그 강물 속에서 몸이 해처럼 떠오르는 자들도 있고,  혹은 무거운 돌처럼 가라앉는 자들도 있으며,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해 소리쳐 우는 자들도 있고, 죄인들끼리 함께 가까이 모여 울기도 하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큰 고통을 받아도 아무도 구해줄 이가 없다.

한역 ‘장아함경’에서는 이 중합지옥을 퇴압(堆壓)지옥으로 부르고 있다. 이는 이 지옥의 죄인들이 산이나 무거운 돌 등에 의해 짓뭉개지고 부서지는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퇴압지옥에는 큰 돌산이 마주보고 있어서 그 사이에 죄인들을 몰아넣고 두 산이 저절로 합해지면서 몸을 짓눌러 뼈와 살을 모두 부숴버리고 나면 두 산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왕생요집’에서는 이 부분에서 돌산이 아닌 철산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그 밖의 고통의 양상을 서술한 내용은 거의 유사하다.

이 퇴압지옥의 또 다른 고통으로는 온 몸이 불타고 있는 큰 쇠코끼리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와 죄인들을 짓밟는 것이 있다. 다음으로 이 지옥의 옥졸들이 죄인을 맷돌 안에 놓고 마치 곡식을 갈 듯이 죄인을 부수는 고통도 당하게 된다. 이 무지막지한 옥졸들은 다시 죄인을 잡아다가 큰 돌 위에 눕히고, 그 위에 큰 돌로 누르는 고통을 가하기도 하며, 쇠절구에 죄인을 넣고 쇠절구로 찧기도 한다.

‘퇴압(堆壓)’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죄인의 몸을 누르고, 으깨고, 짓눌러서 부수는 것이 이 지옥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8대 지옥과 마찬가지로 이 퇴압지옥에서도 몸은 다 부서져도 죽지 않기 때문에 끝없이 그 고통을 당하게 된다.

‘장아함경’에서는 이 퇴압지옥으로 떨어지게 되는 업인에 대해 단지 ‘죄업’이라고 할 뿐 자세히 밝히지는 않고 있다. 한편 ‘증일아함경’에서는 죄인들이 모두 모여 서로 목을 베지만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서 고통을 받는 세 번째 근본지옥을 ‘등해(等害)지옥’으로 부르고 있다. 이 경에서는 소나 염소를 잡은 인간이 이 등해지옥에 떨어진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도살의 업을 지으면 그 축생들이 겪은 고통을 그대로 재현하여 받게 된다는 경고의 의미이리라 생각된다.

앙코르와트 제1회랑의 측벽에는 힌두의 신들과 신화, 천국과 지옥이 부조로 묘사되어 있는데, 그 중 불교경전의 지옥 관련 교설과 상당 부분 유사성을 보여주는 ‘32지옥도’가 남아있다. 화면에 새겨진 32지옥 중에서 유그마파르바타(Yugmaparvata)지옥을 보면 두 개의 산 사이에 끼워진 두 사람과 옥졸들이 묘사되어 있어서 바로 이 퇴압지옥을 묘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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