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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친일 불교 거두 이회광

기자명 이병두

일제 침략 정당화한 대표 친일승려

▲ 해인사 주지를 지낸 이회광은 ‘친일승려 대표’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일제강점 초기에 용주사 주지 강대련·위봉사 주지 곽법경과 더불어 ‘친일승려 대표’의 오명(汚名)을 가진 이회광(李晦光, 1862~1933)의 생애는 그가 살았던 시대만큼이나 굴곡이 심했다.

처음엔 조선불교 유망주 기대
원종 창설하며 친일행보 본격
한국불교 일본 예속화에 앞장

경기도 양주 출신으로 19살에 출가하여 건봉사에서 보운 스님의 법통을 이었던 그는 ‘동사열전’에서 “조선의 마지막 대강백”이라 평가받으며 ‘침체한 조선 불교를 중흥할’ 유망주로 기대되던 승려였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의 모습을 간직한 위 사진에서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이회광은 명석한 머리로 쌓아온 뛰어난 지식을 옳은 방향으로 쓰지 않고, 한국불교를 일본불교에 예속시켜서 이른바 ‘일선융화(日鮮融和)’에 앞장서는 도구로 악용했다.

그가 처음에 친일의 길에 들어서게 된 데에는, 비범했던 그의 활용 가치에 주목한 다케다 한시(武田範之)와 친일파 이용구 등의 공작이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1908년 원종을 창설해 종정으로 추대된 뒤 본격적인 친일 행적을 보이기 시작한 그는 일제의 한국 병탄(倂呑)이 이루어지자 곧바로 한국불교와 일본 조동종(曺洞宗)의 연합을 추진하고자 일본으로 건너가 이른바 ‘연합 조약’을 직접 체결하였지만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실패하였다. 게다가 그를 활용하던 총독부마저도 조동종과의 연합은 허가하지 않고 해인사 주지로 임명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 뒤 해인사 주지 자격으로 일제가 시행한 ‘사찰령’에 따라 통폐합된 ‘30본산 연합체’인 ‘주지회의원’의 초대 원장을 맡게 되었으니,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조선 불교계 대표’의 꿈을 이루기는 했다.

그러나 그가 불교계의 최강자가 되는 것을 가장 크게 방해한 인물은 뜻밖으로 ‘불교계 친일의 라이벌’로 선두를 다투던 용주사 주지 강대련이었다. 3·1 운동 직후 그가 다시 일본불교와 조선불교 임제종을 합병하고자 일본으로 가서 정부 고위 관료들과 접촉하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합병을 추진했다 실패한 것도 강대련과 갈등 때문이었다.

어쨌든 1910년과 1919년, 이회광이 조선불교를 일본불교와 합치려는 두 차례 시도를 총독부에서 지원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일본 본국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용인하면 ‘총독부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그가 불교계 내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켜서 ‘총독부의 정국 안정’ 의도를 해치는 데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잇단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일불교 통합’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곽법경과 함께 “조선불교를 근간부터 바꾸어 정교일치와 일선융화로 개혁해야 한다”는 요지의 건백서를 제출했으나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또다시 좌절을 맛보았다.

게다가 그가 1920년 서울 정동 일대의 넓은 땅을 인수하여 ‘해인사중앙포교소’를 건립하고 거창한 봉불식을 거행하였으나, 금융조합에서 차용한 돈을 갚지 못하여 부처님을 제외한 모든 집기가 경매로 넘어가는 치욕을 당하게 된다. 당시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일은 “주지 이회광씨와 본사와의 갈등이 심한 까닭”이었고 그래서 해인사 승려들이 총독부에 탄원서를 제출하여 해인사 주지까지 그만두게 되었다고 하니 그가 매우 독선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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