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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보적(寶積)과 중생

기자명 이제열

장자는 부처님, 보적은 깨우쳐야할 중생 상징

“그때에 비야리성 중에 한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을 보적이라 하였다. 다른 장자의 아들들과 함께 칠보로 꾸민 일산(日傘)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각기 지니고 온 일산을 함께 받들어 올렸다.”

비야리성 장자의 아들 보적은
온갖 보물 지닌 귀한 존재 상징
공양 올린 일산은 지극한 신심
중생을 보적처럼 대할 것 강조

‘불국품’에는 보적(寶積)이라는 젊은이가 등장한다. 그는 500명의 친구들과 함께 부처님을 찾아와 일산(양산)을 바치고 정토에 관한 가르침을 듣는다. 보적은 장자의 아들이다. 장자란 부와 명예는 물론 지혜와 덕까지 갖춘 대장부를 지칭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그냥 읽고 넘어가지만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장자의 아들 보적이 친구 500명과 함께 부처님을 찾아와 일산을 바친 것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 문장에는 보다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다.

먼저 보적의 아버지가 장자의 신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장자를 글자 그대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장자는 부처님을 상징한다. 온갖 공덕을 모두 갖추고 계신 부처님을 장자에 비유하여 중생을 일깨워주고 있다. 보적이라는 이름은 ‘보배가 가득하다’는 의미다. 빈궁하거나 초라하지 않고 온갖 보물을 다 지니고 있어 존귀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적이 장자의 아들이라고 할 때 장자는 부처님을 상징하므로 보적은 중생들을 상징한다고 보아야 한다. 중생들은 곧 부처님의 자식들이기 때문이다. 대승의 진리에서 보면 모든 중생들은 부처님과 똑같이 보배로운 존재들이다. 마치 장자가 부유하면 그 뒤를 이을 아들도 부유한 것처럼 부처님이 보배로운 분이기에 중생들도 보배롭다. 겉으로는 중생들이 번뇌를 일으키고 죄를 짓는 존재로 나타나지만 진실에 있어서 부처님과 다를 바 없는 무량한 공덕장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의미는 ‘법화경’의 ‘신해품’에 나오는 장자궁자(長者窮子)의 비유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장자의 아들이 집을 잃고 거지가 되어 오랫동안 헤매다가 다행히 아버지를 만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장자의 아들은 본인이 거지의 신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본래는 엄청난 재산을 지닌 아버지의 후계자이다. 여기서 장자는 부처님이고 아들은 중생에 해당한다. ‘유마경’에 등장하는 보적도 ‘법화경’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중생을 낮고 비천하게 여기지 않고 귀하고 수승하게 여기는 것이 ‘법화경’과 ‘유마경’에서 바라보는 중생의 모습이다.

보적장자가 부처님께 바친 일산에도 깊은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장자의 아들 보적과 그 친구들은 부처님께 공양물로 일산을 바쳤다. 이들은 왜 수많은 공양물들 가운데에서 일산을 바쳤을까? 여기에서 말하는 일산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산이 아니라 부처님을 향한 신심을 가리킨다. 일산은 비단으로 만든 자루가 길고 큰 양산이다. 이 일산은 사람으로 하여금 햇볕을 차단시키고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불교에 있어 신심도 그와 같다. 신심은 일산과 같이 중생을 온갖 괴로움과 장애로부터 보호해준다. 아무리 중생이 부처님의 아들이라 해도 신심을 일으키지 않으면 온갖 환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고 장애로부터 떠나기도 어렵다. 신심은 중생이 일으키는 그 어떤 마음보다 진귀하며 거룩한 것이다. 칠보로 꾸며진 일산이란 중생의 이 같은 신심을 명징하게 드러내는 상징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이렇듯 보적은 우리와 같은 중생이며, 중생은 부처님의 아들이다. ‘유마경’에서는 우리 중생들이 보적과 같이 존귀하고 거룩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런데 오늘날 불교계의 모습은 어떨까? 중생들을 보적처럼 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혹여 출가승들만 보적으로 여기고 중생들은 궁자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돌아볼 일이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380호 / 2017년 2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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