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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중반 ‘수월관음도’, 이탈리아에서 발견

  • 성보
  • 입력 2017.02.21 19:20
  • 수정 2017.02.2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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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 제노바 박물관서
“소나무 그려진 수월관음도는 최초” 주목

▲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은 “동국대 개교 110주년 기념사업회의 후원으로 실시하고 있는 ‘유럽지역 한국불교미술품의 조사연구’ 과정 중 이탈리아 제노바의 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수월관음도를 확인했다”고 2월21일 밝혔다. 사진제공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
그동안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14세기 중반 고려 수월관음도가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발견돼 화제다. 특히 일반적인 고려 수월관음도와 달리 소나무가 함께 그려진 첫 사례일 뿐 아니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수묵 소나무 그림일 가능성까지 제기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예상된다.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은 “동국대 개교 110주년 기념사업회의 후원으로 실시하고 있는 ‘유럽지역 한국불교미술품의 조사연구’ 과정 중 이탈리아 제노바의 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수월관음도를 확인했다”고 2월21일 밝혔다.

정 관장에 따르면 해당 수월관음도는 ‘일본 인쇄기술의 아버지’로 불렸던 동판화가 에도아르도 코소네(Edoardo Chiossone, 1833~1889)가 1905년 제노바시에 기증한 것이다. 세로 105.9cm에 가로 55.4cm 크기로 관음보살이 바위굴을 연상시키는 암석에 둘러싸여 오른쪽 측면을 향해 반가한 자세로 앉아있다. 오른손 앞에는 버드나무 가지가 꽂힌 고려시대 청동제 또는 도제(陶製) 형상의 정병이 놓여있다. 화면 아래에는 왼쪽 발을 꿇고 합장한 자세의 선재동자와 만개한 꽃다발, 연봉오리, 산호가 배치돼 있다. 이와 같은 구성요소와 배치는 고려 수월관음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제작시기는 채색과 묘법, 연화당초원문 형상을 미뤄볼 때 14세기 중반으로 추정된다.

정 관장은 “기존 고려 수월관음도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화면구성 요소가 다양하면서도 구성이 짜임새 있어 안정돼 보인다”며 “색의 조화, 치밀한 묘사 등 온화한 화취의 품격 높은 그림으로 완성도에 있어 고려불화를 대표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특징적인 것은 왼쪽 윗부분에 그려진 소나무다. 가지를 아래로 늘어뜨린 모습을 수묵기법으로 상세하게 표현해 나무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기존에는 일본 묘만지(妙滿寺) 소장 ‘세한삼우도’(조선 초기 추정)가 소나무가 그려진 현존 최고(最古)의 수묵화로 알려져 왔다. 정 관장은 “수월관음도에 소나무가 그려진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고, 그것도 형식적 또는 도식적이지 않은 전통 수묵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고려시대 일반회화가 거의 전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회화 경향을 짐작하게 하는 아주 귀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또한 관음보살 몸체 앞에 솟구쳐 오른 듯한 바위 표현도 관심을 끈다. 유사한 도상의 고려 수월관음도 30여점 가운데서도 본존 앞쪽에 바위를 표현한 사례는 후지이유린관(일본), 기메박물관(프랑스) 소장 두 점뿐이다. 하지만 두 점의 경우 단지 암굴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에 그쳤으나 이 수월관음도 바위는 윗부분에 빛을 받고 있는 듯 금니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금의 사용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고려 수월관음도와 달리 몸체 전면에 금을 칠하고 그 위에 목걸이를 그려 금의 효과를 최대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 관장은 “유럽은 새로운 고려불화 출현에 기대를 걸지 않은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수월관음도 발견은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일본이 근대기에 유럽과 활발하게 소통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새로운 불화 발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확인된 고려불화는 165점으로 일본에 120여점, 미국에 18점, 한국에 20여점이 있으나 유럽에는 7점에 불과하다.

정 관장은 이어 “이 불화는 원래 족자형이었으나 1970년대 전시를 용이하게 하고자 나무틀의 패널식으로 변형된 뒤 화학접착제를 사용해 삼베로 배접, 화면 색감이 변질됐다”며 “향후 보존처리 등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81호 / 2017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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