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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영 교수 해임과 평화의 적들

훼불 대신 참회한 교수 해임
대학이 광신도처럼 행해서야
관용 없으면 종교갈등 불가피

최근 손원영 서울기독대학 신학과 교수의 해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2월22일 성명을 내고 “지난 23년간 근속한 양심적 학자를 파면하는 비합리적 결정”이라며 해임 철회를 촉구하는 등 불교계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손 교수의 해임 원인이 불교와 직접 관련되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월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천 시내 포교당인 개운사에 60대 개신교 신자가 난입해 불상을 파손하고 향로, 촛대, 목탁 등을 바닥에 내던지는 훼불이 자행됐다. 그는 저지하는 스님을 “마귀”라고 부르며 “불교는 우상을 따르는 집단” “법당에 불을 질러야 한다.” “개신교 신자로서의 종교적 신념에 의한 행동”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당시 불교계는 공분했다. 이 사건 전에도 기독교단체 소속 청년들이 봉은사에서 사찰이 무너질 것을 기도하는가 하면, 불교 성지인 인도 마하보디사원에서 기독교 성지화를 위한 ‘땅밟기’를 시도했다. 또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해인사 전각에 개신교의 기도문을 적은 여성이 검거된 사건도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때 해당 사찰과 불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건넨 이가 손 교수다. 그는 개운사 주지스님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글을 SNS에 올리고 곧바로 포교당 복구를 위한 모금운동에 착수했다. 김 교수의 취지에 100여명이 속속 동참했고, 십시일반 모은 기금 267만원을 개운사에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찰 측은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며 사양했고, 결국 이 기금은 종교 평화를 위한 토론 모임인 ‘레페스포럼’에 전달됐다.

그러나 훈훈한 미담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리스도교협의회가 서울기독대 측에 손 교수의 신앙을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 대학 총동창회도 손 교수의 개운사 법당 복구비용 모금운동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이사회는 손 교수가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번에 해임을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일본정부가 제국주의 시대 저지른 잘못을 참회한 일본인을 자신들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처벌하는 꼴이다.

서울기독대의 결정이 일각의 지적대로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사건”인지는 좀 더 따져볼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판단이 종교간 평화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행위임은 자명하다. 법당을 난장판으로 만든 60대 남성이야 애써 광신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불교계에 대한 사과행위조차 해임으로 응징하는 대학 책임자들도 일개 광신도와 무엇이 다를까.

기독교의 모태가 된 유럽에서는 종교 차별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관용’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도 신·구교 간의 극한 갈등과 폭력사태를 경험하며 정착된 단어다. 이런 유럽에서조차 최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배타와 공격성으로 점차 관용의 미덕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 이재형 국장
다종교사회인 한국에서 아직 종교로 인한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불교의 관용정신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독선은 배타를 낳고, 배타는 다시 폭력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가톨릭 사제이자 저명한 기독교 신학자인 한스 큉은 “종교 평화 없이 세계 평화는 없다”고 했다. 기독교계는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 정신을 우선적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도 종교로 인한 혹독한 상처와 갈등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81호 / 2017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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