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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를 마치고

기자명 하림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2.27 13:17
  • 수정 2017.02.27 13:19
  • 댓글 0

3개월 대중과 보낸 안거
낯설고 힘든 과정이지만
서로 일깨운 소중한 시간

지난해에 이어 동안거를 다녀왔습니다. 지난해에는 큰 절에서 많은 대중과 살았고, 올해는 8명의 대중과 지냈습니다. 적은 인원이 모여 살면 공부가 어떨지, 사는 것은 어떨지,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어색하고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그래도 평생 절에서 살아왔고 대중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에 이골이 나있어서 별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내 주장하지 않고, 내 생각 고집하지 않고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고 칭찬하고 찬탄한다면 상대는 제게 더 잘해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나이가 들어 선방에 가다보니 선방생활은 후배지만 앉은 자리는 맨 위에 앉게 됐습니다. 그러니 선방생활에 물어봐야 할 것도 많고 실수할까봐 조심스러웠습니다.

학생시절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면 좁아서 더 들어갈 자리가 없다가도 버스가 한번 급정거를 하면 힘들어하는 소리도 나지만 모두가 적당한 간격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아마도 이 긴장은 한 번의 흔듦이 있어야 편하게 자리잡아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달반이 되면서 버스가 급정거 하듯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대중들 사이에 대화가 더 많아졌습니다. 누구의 인연으로 그랬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가 큰 배움의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딱히 소임자를 정하지는 않되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서 하자는 원칙으로 살다보니 작은 일이라도 서로 모여서 의견을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자꾸 예기할 일이 생기니 피곤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모여서 의견이 다르면 오히려 갈등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어서 자연스레 대화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을 대중들 모두가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일이 생기면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어떡해야 하지?’라고 고민을 합니다. 선방에 앉아서도 그 고민을 하게 되니 자연 공부가 생각으로 자꾸 가게 됐습니다. 쉴 때에도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찾은 해답이 최선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모여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면 자신의 생각이 한쪽으로 많이 편협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과거의 경험과 업식의 습관으로 진단하고 판단해서 자신의 생각만을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그 생각이 사실은 ‘나’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이 틀렸다고 하면 상처받고, 좋다고 하면 우쭐하기도 합니다. 단지 업식의 표현일 뿐인데 말이지요. 다행이도 그 사실을 늘 참구하는 선방스님들이라서 그런지 자기주장을 표현하되 고집하진 않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고민했던 일이 함께 이야기를 해보면 전혀 다른 너무나 좋은 지혜들로 모여졌습니다. 어느 스님이 “시작은 늘 긴장되게 시작하는데 끝은 늘 좋은 안으로 분위기 좋게 마무리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하림 스님
행복공감평생교육원장

 

그러면 좋은 안을 내놓았던 각자의 스님들은 뿌듯해 하고 서로의 지혜를 찬탄하면서 자리가 마무리 되어갑니다. 이런 경험과 느낌을 안거 기간 동안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선방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모르는 인연들이 모여서 3개월을 함께 산다는 것은 참 귀중한 인연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내 보임으로서 또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눔으로써 탁마가 되어간다면 좀 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봅니다. 저 바닷가의 둥근 조약돌도 처음에는 날카로운 원석이었을 것입니다. 3개월 공부를 마치고 마지막 날 저녁에 서로 ‘자자’라는 것을 합니다. 엄숙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말들을 합니다. 상대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헤어지기에 많이들 아쉬워했습니다. 이런 선방 또 경험할 수 있을지 벌써 그리워집니다.

 

[1381호 / 2017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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