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법당에 앉아 부처님 말씀 들으며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왔던 환희심도, 가정과 직장으로 돌아간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또다시 전전긍긍하는 삶이 되고 만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에게 부처님은 그저 법당에 불상으로만 존재하고, 가르침은 법회시간에 느끼는 환희심이 전부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어 지혜를 전하는 선지식들이 있듯, 보살과 같은 모습으로 주변인들에게 기쁨을 주는 불자들도 있다. 시인 서성림도 그런 불자였다. 지난해 지병으로 이생과 이별한 시인의 유작을 모아 엮은 ‘노을빛이 물든 강물’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다 간 그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백중날 절을 찾았던 시인은 “돌아가신 부모님 성불하라고 오곡백과 차려놓고 기도 올리네/ 살았을 때 효도 으뜸이지만 이제라도 철들어 참회한다면 우리부모 얼싸 좋아 춤추시겠네/ 부족했던 지난날 뒤돌아보고 가족과 이웃에게 더 잘한다면 내 마음 새처럼 훨훨 날아서 그 덕에 내 자식 더 잘되겠네. ‘백중 기도’”라고 부모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한편 참회도 잊지 않는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에게 회향할 것을 발원하는 모습에서는 부처님 법을 배우고 익힌 참 불자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찾은 숲속 작은 참선방을 묘사한 ‘가부좌’를 비롯해 ‘윤필암’ ‘홍련암에서’ 등은 수행과정을, 또 ‘등불’ ‘빛나라 불광이여’ ‘보고픈 임이시여!’ 등은 광덕 스님이 이끌었던 불광운동에 참여하며 불법 실천에 앞장섰던 당시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렇게 실천하는 불자의 길을 걸어온 시인은 마침내 지혜를 얻는다. “나는 못 생겼다 키가 작다, 나는 가난하다 학벌이 없다는 못난 생각은 떨쳐버려요./ 필요 없는 걱정에 빠지지 말고, 푸른 하늘을 봐요. 새소리 아름다운 나무를 봐요./ 입가에 환한 미소를 띠워 봐요. 절로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래요. 오늘도 좋은 날이에요. ‘날마다 좋은 날’”
수행과 신행을 통해 지혜를 얻은 시인은 그 기쁨을 주변인들과 함께 할 것을 발원한다. “자- 길을 떠나자! 어제의 대립이 오늘의 화합으로, 지난날의 미움이 지금 사랑으로, 내 마음 바꾸어 세상을 바꾸자. ‘법을 전하자’”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참 불자의 아름다운 회향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9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81호 / 2017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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