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행적에 대한 부끄러움을 모른 채 남 탓만 하고 있는 위정자와 그 잘못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그 아래서 또 다른 부정부패로 제 배만 불리려 한 이들이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이 시대 우리 사회 모습에 이처럼 적절한 비유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긴 설명 대신 짧은 말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비유다. 부처님은 그래서 듣는 사람의 근기에 맞춰 다양한 비유를 통해 가르침을 전했다. 어느 불교학자가 “부처님은 지혜의 내용을 추상적인 교설보다도 오히려 비유의 형식을 통해 깊은 의미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 ‘인생이 묻고 붓다가 답하다’는 저자 이필원 특유의 비유법으로 세상을 견디고 이겨 나아가는 법을 제시한다. 경전 속 비유를 통해 삶의 다양한 얼굴을 조명하며, 불교로 세상을 철학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경전 속에 나타난 부처님의 비유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꾸짖고 개인의 이기주의를 꼬집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방향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몸이 있다고 하나 오래지 않아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 몸이 무너지고(形壤) 마음이 떠나니(神去), 잠깐 머무는 삶(奇住) 무엇을 탐하는가?”
‘법구비유경’ 속 이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결국 지구별에 여행 온 ‘나그네’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머문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은 뒷사람에게 욕먹을 일이 없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일은 어려우니, 더러운 흔적을 남기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자취를 남기는 나그네가 되면 좋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수행이 아닐까 싶다”며 평소 ‘나’라고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이 모두 무상하여 실체가 없는 것임을 강조한다.
또 좋은 향을 싼 종이와 생선을 엮었던 새끼줄에 대한 비유를 소개하면서는 “방탕과 욕망은 배우지 않아도 쉽게 익히게 된다. 하지만 절제와 선함과 청정은 힘들여 실천하고 익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다. 한 번 물든 나쁜 버릇은 고치기 어렵다. 생선 비린내가 밴 새끼줄에서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애초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스승과 좋은 벗을 가까이 해야 한다”고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서 신중함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경쟁, 불안한 경제, 부끄러운 정치 때문에 화로 가득 차 있고, 여과 없이 짜증을 표출하고 있다. 그래서 너나없이 삶에 대한 질문을 안고 살아가지만,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삶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언어와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비유를 통해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안내한다. 여기엔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힘겨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따뜻한 메시지가 가득하다. 책 속에 제시된 비유들은 ‘나’를 정확하게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자의 노력 덕분에 초기경전부터 대승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부처님의 100가지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바로보고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각각의 비유 속에 담긴 의미를 중심으로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저자의 통찰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것은 물론, 우리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며 어떤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경전 속 글이 아니라 생생한 부처님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1만4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81호 / 2017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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