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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심 성역화불사추진위 본부장-하

“종무원 경험, 불교발전 회향 발원”

 
조계종 총무원에서 일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무렵 조계종은 격변기였다. 1994년 의현 총무원장 체제에서 벗어나 종단운영에 대한 새로운 틀을 마련하던 시기였다.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환경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낯설기도 했지만, 종단개혁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내가 종무원이 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왠지 숟가락 하나를 슬쩍 얹는 것 같았다. 몇 번을 고사했지만, 집까지 찾아와 함께 일하자는 류지호(불광미디어 대표)의 권유에 총무원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했다. 성불회에서 활동하며 훗날 불교계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일을 떠올리면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심 끝에 조계종 입사
종무행정 체계화는 보람

1996년 2월 조계종 총무원에 첫발을 디뎠다. 내게 주어진 소임은 홍보계장이었다. 기자들을 만나 종단 소식을 알리고, 종단변화의 과정을 설명했다. 하루하루 일은 고됐지만 홍보업무는 종단 전체를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됐다.

1998년 조계종은 또 한 번 큰 혼란이 찾아왔다. 총무원장 스님의 임기를 두고 종단 내부에서 다른 해석이 쏟아졌고, 대립 국면으로 치달았다. 결국 1998년 11월 총무원 집행부에 반발한 스님들이 물리력을 행사하며 총무원 청사로 밀고들어왔다. 청사에 남아 있던 집행부 스님들이 강제로 끌려 나갔다.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마지막까지 종무원들과 남아 비폭력을 외쳤고 종단의 각종 서류가 훼손되지 않도록 몸으로 막았다. 종무행정 서류를 지켜낸 것은 다행이었지만, 1998년 종단사태는 깊은 탄식과 회의감을 가져왔다. 선거에 의한 정당한 종권 이양이 아니라 폭력으로 종권을 차지하겠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21세기를 코앞에 두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믿기지 않았다. 종단이 합리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라도 법과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 1997년 조계종 종무원 연수교육.(왼쪽 첫 번째가 이석심 본부장)

종단사태가 정리된 이후 종단소속 사찰현황에 대한 공부정리를 시작했다. 당시 총무원에 등재된 사찰수가 교구본사와 맞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과거 사찰관련 자료들이 방치되고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종단의 서류 보관과 기록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총무원 청사를 신축하면서 조계종 중앙기록관을 1층에 배치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기획실과 사회복지재단, 포교원, 문화사업단 등에서도 일했다. 각각의 부서업무는 조계종 종무행정 체계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줬다. 새로운 일을 해낼 때마다 성취감도 맛봤다. 무엇보다 사회복지재단에서 ‘나눔으로 하나 되는 세상’이라는 기치아래 ‘자원봉사자대회’를 처음 열고, ‘북한 장애인돕기 휠체어 모금’ 등을 진행한 것은 큰 보람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 어떤 인연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난 20년 넘게 종무원으로 활동하며 배우고 익힌 경험을 ‘지역불교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중앙과 달리 지역불교는 여전히 활동가가 부족하다. 풍부한 종무행정의 경험을 살린 중앙 종무원들이 각각 인연 닿는 지역에서 활동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낙후된 지역 불교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것은 내가 꿈꿨던 또 다른 불교사회운동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81호 / 2017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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