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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여선원장 정여 스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보세요, 그럼 이뤄집니다”

▲ 정여 스님은 “나만의 행복이 아니라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돕고자하는 마음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은 1000일 기도를 입재하는 날입니다. 1000일간 기도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원력을 내고 기도에 동참한 여러분들이 정말 대단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기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도는 혼탁한 마음 정화
‘이루겠다’ 원력·확신으로
꾸준히 하면 꼭 소원성취

나만이 아닌 이웃을 위해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관세음보살님 마음 닮아가

우리는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욕심을 냅니다. 욕심을 내다보니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 미움은 다시 화를 부르고 자신도 모르게 모든 일에 짜증을 내게 합니다. 이런 마음을 내다보면 자신이 원래 가졌던 소녀 같은 착한 마음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혼탁한 마음만 가득하게 됩니다. 기도는 그렇게 더럽혀진 마음을 깨끗이 닦고 닦아 관세음보살님과 같은 마음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관세음보살님과 같은 자비스런 마음을 갖게 되면 욕심내고, 성내고,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집안에 좋은 일만 생기고 소망하는 모든 일들이 뜻대로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기도를 하는 데 있어 몇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우선 기도하는 사람은 원력이 있어야 합니다. 모두가 기도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이번에는 꼭 대학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남편의 사업이 이번에는 꼭 잘됐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은 ‘요즘처럼 혼란한 우리사회가 빨리 안정이 되고 국민들 마음이 좀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다 좋습니다. 어떠한 것이든 자신이 기도를 하면서 발원한 것을 꼭 이루겠다는 원력이 필요합니다.

두 번 째는 기도를 할 때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이 ‘내가 하는 기도가 정말 이뤄질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기도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내가 하는 기도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분명한 자기 확신을 가져야 기도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꾸준함입니다. 하다말다하면 기도가 되지 않습니다. 기도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적어도 매일 2시간 이상은 해야 합니다. 관세음보살 기도를 했다면 최소한 하루 1만 번을 염해야 하는데 그것을 하려면 족히 2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관음정근을 할 때는 관세음보살님을 일념으로 생각하며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처음에는 입으로 하지만 나중에는 생각이 바뀌고, 궁극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행동도 관세음보살님처럼 닮아가게 됩니다.

네 번째는 기도하는 사람의 간절함입니다. 간절하게 기도를 해야 성취된다는 것은 두 번 말할 필요가 없겠죠. 이렇게 기도를 꾸준히 하면 신구의 삼업이 제거되어서 청정해지게 됩니다. 과거 생으로부터 몸으로 입으로 생각으로 지은 업이 제거되면 자연 맑은 심성을 찾게 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업장이 많으면 뜻하는 일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이렇듯 앞에서 말한 네 가지를 명심하고 기도를 하면 점차적으로 우리 몸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탁한 마음이 맑아지고, 미워하는 마음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뀌고, 화내고 짜증내던 마음이 웃는 모습으로 바뀝니다. 또 살생하고자 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인색하고 자기 밖에 모르던 사람이 보시를 하고 베푸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몸과 마음, 생각이 바뀌면 우리는 비로소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김천 수도암에서 정진을 할 때였습니다. 수도암은 해발 1050m에 위치한 곳으로 설악산 봉정암 다음으로 높은 곳에 위치한 도량입니다. 겨울이면 추운 곳이라 여간해선 눈이 잘 녹지도 않습니다. 한번 눈이 오면 수도암 마루까지 눈이 쌓일 정도였습니다. 동안거 때 정진하다 문밖을 나서면 온통 하얀 눈밖에 없습니다. 마치 물에 떠있는 배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하얀 눈은 마음까지 깨끗하게 만들었습니다. 수행하기에 이렇게 좋은 도량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부처님께서 설산에서 고행을 했던 것처럼 저 역시 이 도량에서 용맹정진을 하겠다는 발원도 세웠습니다. 그래서 도반들과 함께 수도암에서 정진하기로 마음을 먹고 수행계획도 짰습니다. 그 때는 젊고, 신심이 깊었던지라 하루 16시간 이상을 정진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16시간 정진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함께 정진하기로 했던 도반들도 고된 수행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밤에 걸망을 지고 몰래 도망을 갈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저녁공양을 잘못 먹었는지, 몸에서 이상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체기가 심해 며칠 동안 숨도 못쉴 것 같은 고통이 계속됐습니다. 이대로는 정진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저도 몰래 걸망을 꾸려 절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갈 때 가더라도 부처님께 예불은 드리고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법당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법당에는 한 보살님이 밤새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반듯하게 앉아서 기도하는 모습이 얼마나 여법한지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 보살님은 ‘만배 보살’이라고 불리는 분이었습니다. 한 번 절을 하면 1만배를 채워야 그만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보살님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관절염으로 걷지도 못한 분이었다고 합니다. 팔다리 관절마다 염증이 생겨 물이 차올랐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별효과가 없었습니다. 보살님을 간호하기 위해 남편은 직장까지 그만둔 상태라 가정형편도 나날이 어려워졌습니다. 보살님은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응급처치를 해서 목숨은 건졌지만, 보살님은 자신의 삶에 대해 자책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친정언니가 찾아와서 “어떻게 받은 목숨인데 함부로 끊으려고 하느냐”고 호통을 치고, 수도암에서 기도를 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보살님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억지로, 억지로 수도암에 올라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큰스님은 보살님을 보고 대뜸 “기도하다 죽어라”고 했답니다. 기도를 하다가 죽으면 극락이라도 갈 수 있다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스님은 보살님에게 매일 관세음보살 정근과 108배를 하라고 숙제를 냈답니다. ‘걷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절을 하라니’하면서 푸념도 했지만, 보살님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가족을 위해서라도 스님의 말씀을 따라보기로 했답니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보살님은 울면서 1배, 1배 정성껏 기도를 했습니다. 1달이 지나자 10번 하던 절이 스무 번으로 늘어났고, 3개월이 지나자 처음으로 108배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1년 쯤 지나니 1000배를 할 수 있었고, 2년째부터는 1만배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기도의 힘은 사람의 몸을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한 이후 보살님은 불치병으로 불리던 관절염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3년만에 건강한 사람이 됐다고 했습니다. 반드시 건강을 회복해 자신으로 인해 고통 받는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그 간절함이 이끌어 낸 변화였습니다. 보살님은 기도공덕으로 건강을 회복한 뒤 정기적으로 수도암을 찾아 며칠씩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보살님은 자신의 이야기로 저를 경책했던 것입니다. 몸이 조금 불편하다고 수행결사를 포기하고 떠나려 했던 제 자신이 한 없이 나약해 보였습니다. 그 길로 바랑을 다시 풀고 정진에 몰입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가 발원했던 수행결사를 무사히 회향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통해 삶의 변화를 경험한 가피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우리가 꼭 가피를 얻기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는 원력을 갖고 간절한 마음으로 꾸준히 기도를 하다보면 반드시 그 기도는 성취됩니다. 설령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도를 멈추면 안 됩니다. 소망이 꼭 이뤄진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집니다.

기도를 할 때는 나만이 아니라 온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까지도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행복해지면 주변이 행복해지는 것처럼,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돕고자하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모두가 행복해지고 부처님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관세음보살을 한 번 부를 때마다 아파하고 힘들고 괴로워하는 그분들의 마음도 행복하기를 기도해 보세요. 그럼 여러분의 삶은 바뀔 것입니다. 여러분 이제 합장하세요. 그리고 따라해 보세요.

“오늘 천일기도 입재공덕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내 안에 행복한 마음이 흘러 넘쳐서, 내 가정과 이웃과 이 사회가 행복하게 하소서. 내 안에 행복한 마음이 흘러 넘쳐서, 삶에 지친 분들을 행복하게 하소서. 내 안에 행복한 마음이 흘러 넘쳐서, 모든 동물과 나무와 풀들이 행복하게 하소서. 내 안에 행복한 마음이 흘러 넘쳐서, 온 우주법계를 행복하게 하소서. 내 안에 행복한 마음이 흘러 넘쳐서, 지옥중생들까지도 행복하게 하소서. 나는 행복합니다.” 성불하세요.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이 내용은 2월20일 부산 장안사에서 봉행된 ‘극락전 원만 불사 기원 1000일 다라니기도 대법회 입재식’에서 정여 스님의 입재법문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1381호 / 2017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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