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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관념과 집착 여읜 그 자리가 참 부처

기자명 정운 스님

황벽 조사선은 돈오 사상의 정점
점차적인 수행이란 필요치 않아

원문: 이 마음이 곧 부처이므로 다른 부처도 없고 다른 마음도 없다. 밝고 고요한 마음이 허공과 같아서 한 점의 형상도 없다. 마음을 일으켜 생각을 내면, 곧 법체가 어긋나 형상에 집착하는 것이다. 무시이래로 부처는 형상에 집착하지 않았다. 또한 6바라밀과 만행으로 부처가 되고자 하는 것은 차제[漸修]이다. 무시이래로 차제로 이루어진 부처는 없다.

점수 아닌 직관적 깨달음 중시
모든 중생은 본래부처라는 뜻
수행 통해 부처되는 것 아니라
스스로 부처 자각이 수행 요체

다만 마음을 깨닫고 다시 얻어야할 어떤 법도 없다는 것을 알면, 곧 바로 참 부처이다. 

해설: 원문에서 ‘부처는 형상에 집착하지 않았다’는 상(相)에 집착하거나 관념두지 않는 마음을 말한다. 조계종 소의경전인 ‘금강경’에서는 바로 4상을 여읠 것을 강조한다. 곧 무상(無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무상이란 ‘금강경’에서 ‘중생을 제도했으되, 제도했다는 관념을 갖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고 보시를 하되 보시했다는 관념을 갖지 말라는 무주상보시로도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관념이 없는 이상(離相)의 경지가 바로 부처의 경지요, 해탈적멸상의 경지요, 실상(實相)의 경지인 것이다. 

당나라 때의 단하천연(736∼824)은 만행도중, 추운 겨울날 낙동(洛東) 혜림사(慧林寺)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런데 잠을 자려니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천연은 법당에서 목불(木佛)을 내려 쪼개서 불을 피워 따뜻하게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승려들이 예불을 하려고 보니 불상이 없었다. 마침 부엌에 있던 원주스님이 타다 남은 목불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천연이 문을 열고나오며 말했다.

“소승은 이 절 부처님 법력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부처님 몸에서 사리가 나오지 않더군요.”
“나무 불상에서 무슨 사리가 나옵니까?” 
“사리도 없는 부처인데, 불 좀 피워서 몸 좀 녹였거늘 무슨 큰 죄라도 됩니까?”

이 이야기는 ‘단하소불(丹霞燒佛)’이라는 화두이다. 목불(木佛)은 불을 지나지 못하고, 진흙 부처는 물을 지나지 못하며, 청동 부처는 용광로를 지나지 못하는 법이라고 했다. 형상에 집착해 그것이 최상이고, 최고라는 분별심을 갖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곧 관념이나 집착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지, 법당의 부처를 함부로 훼손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에 들면서 제자들에게 ‘사리를 섬기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라’고 하신 말씀도 한번쯤 상기하자. 

원문에서 ‘6바라밀과 만행’에서 6바라밀은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이다. 6바라밀은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실천행이다. 여기서 6바라밀과 만행이란 깨닫기 위해 점차적으로 수행하는 점수(漸修)를 말한다. 황벽의 ‘전심법요’에 담긴 선사상은 바로 점수가 아닌 조사선의 돈오(頓悟)사상의 정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오란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성품인 불성과 여래장을 구족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수행해나가는 점수가 아닌 직관적인 깨달음을 말한다. 곧 모든 중생이 본래 깨달아 있는 본래성불의 부처와 동등하기 때문에 6바라밀 등 점차적인 수행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조사선에서는 좌선하고, 수행의 단계를 거쳐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부처이므로 굳이 수행을 가자하지 않는 도불용수(道不用修)ㆍ무수무증(無修無證)이다. 원문의 ‘다시 얻어야할 어떤 법도 없다’는 ‘전심법요’에 6~7차례 나온다. 마음에서 얻은 법 이외에는 다시 구해야할 어떤 법도 없다는 것이다. ‘금강경’ 22품에도 ‘조그마한 법조차도 얻을 만한 것이 없었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한다’고 하고 있다. 마음에 깨달음이 있었다면 다시 새로이 얻을 것도 없고, 그 깨달음을 실체하거나 형상화할 필요도 없다. 또한 깨달음이 ‘이것이다’라는 정의도 필요하지 않다. 일심(一心)의 각오(覺悟) 조차도 무상(無相), 무심(無心)하거늘 무슨 법으로 덧붙일 필요가 있겠는가?!

정운 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 saribull@hanmail.net
 

[1381호 / 2017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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