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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없는 사랑

금강경 속 사랑은 사유 극치이자 만세의 표본

“보살과 마하살이 무상정등각을 얻고자 하면 다음과 같이 마음을 두고 마음을 항복시켜라. 나는, 존재하는 모든 중생들을 알에서 태어나건, 태에서 태어나건, 습한 데서 태어나건, 화하여 생겨나건, 모양이 있건, 모양이 없건, 생각이 있건, 생각이 없건,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건,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건, 모두 무여열반으로 인도하겠다. 하지만, 이렇게 수없는 중생들을 멸도(滅道)하였지만 한 중생도 멸도한 바가 없다. 왜냐하면 만약 보살에게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있으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교서 교화 대상은 ‘무차별’
마음 열면 모두 사랑의 대상
새 차원 진화 이끄는 게 보살
일체 생물 행복으로 인도해야

사랑에는 한이 없다. 일체 생물에게 베풀어라. 최고의 베풂은 고통 없는 세상으로의 인도이다. 여기서 우리는 의식의 무한한 확장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조금도 구하지 않는 드높고 드넓은 사랑을 볼 수 있다. 모든 중생을 고통 없는 세상으로 인도하겠다. 그 수가 무한이라도 상관없다. 다 무여열반으로 인도하겠다.

‘금강경’의 가없는 사랑은 만세의 표본이다. 한계 있는 사랑은 (아무리 높아 보여도) 언젠가 넘어갈 수 있지만,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까마득히 저 아래 있지만, 한계 없는 사랑은 무한히 높은 산이다. 오르고 오를 뿐이지, 꼭대기가 안 보이는 저 산, 언제 넘어가나 생각하며 절망하지 않는다. 인간 사유의 극치이다.

정신이 반듯한 사람은 남자건 여자건 이렇게 생각하라. ‘모든 중생을 고통 없는 세상으로 인도하겠다. 그 수가 무한이라도 상관없다. 다 무여열반으로 인도하겠다.’

교화의 대상은 무차별이다. 마음을 열면 모든 게 사랑의 대상이다. 유정 지렁이도, 아리까리 풀 이끼 나무도, 무정 산 물 땅 바다 하늘 돌멩이도 사랑의 대상이다. 하늘과 땅 사이 거대한 우주에서 약동하는 생명의 기운에 경이와 사랑을 보낸다.

가톨릭 성자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는 동물도 식물도 사랑했다. 35억 년 삶은 지구에 의식을 부여한 삶이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하나같이 35억 살이다. 35억 년간 끊이지 않고 이어진 이중나선이다. 물리적인 이중나선은 새롭게 태어나지만, 거기 담긴 정보는 옛 정보이다. 생명체는 그 정보를 다듬어 더 유용하게 만들어 다음 생으로 물려준다. 그게 사랑이다.

난생이건 태생이건 습생이건 화생이건 가리지 않겠다. 지구 생명의 역사는 단 하나의 세포가 73억 곱하기 100조 곱하기 1000, 즉 700자3000해 개 세포로 늘어난 역사이다. 인간은 지구 생물 무게 총량인 biomass 5600억 톤의 0.1프로 정도이다. 늘어나는 다양한 방법이 난생·태생·습생·화생이다. 이렇게 생겨난 전 생명체를 열반으로, 즉 새로운 차원의 진화로 이끌겠다는 게 보살의 서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사생이 나열된 순서이다. 난생>태생>습생>화생. 진화론적으로 보면 화생>습생>난생>태생 순서가 옳다. 즉 단세포(화생), 물고기 양서류(습생), 곤충(난생), 동물(태생) 순서이다. 하지만 양서류인 (현재의) 개구리가 포유류인 (현재의) 원숭이의 조상인 것은 아니다.

도킨스의 재치 있는 설명을 소개한다. “창조론자들은, ‘개구리가 원숭이로 진화했다면 왜 ‘개숭이’가 없느냐’고 묻는다. 여기서 개숭이는 개구리와 원숭이의 중간단계 생물이다. 이런 질문은 진화론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다. 개구리와 원숭이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진화한 것이지, 개구리가 원숭이로 진화하는 게 아니다. 악오리(crocoduck, 악어와 오리의 중간단계 생물)나 문소(octocow, 문어와 암소의 중간단계 생물)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악어 오리 문어 소는 모두 같은 조상으로부터 진화한 것이지, 이들 중 하나가 다른 하나로부터 진화한 게 아니다. 그러므로 ‘현재 존재하는 임의의 두 동물의 혼합형태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화론에 대한 몰이해이다. 나무의 잔가지 끝들을 보라. 그들의 조상은 나무 중간이나 몸통에 깊이 묻혀있다. 마찬가지로 개구리와 원숭이의 공통조상은 마치 물고기나 도마뱀처럼 생긴, 하지만 개구리 모양도 아니고 원숭이 모양도 아닌, 어떤 미지의 생물이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381호 / 2017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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