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서덕출의 ‘봄 편지’

기자명 신현득

‘걷기’를 염원했던 장애인이 쓴
일제강점기 독립 희망 담은 시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대한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봄이 오고 있으니, 봄노래가 생각난다. 봄노래라면 먼저 떠오르는 게 서덕출(1906~1940)의 ‘봄 편지’(홍난파 작곡)다.

강남 간 제비에 편지 보내는
엉뚱하고 놀라운 발상의 시
교과서 실려 우리말 교재로
노래는 음악교재로 활용돼

이 동요시를 보면 놀랍고 엉뚱한 생각에서 좋은 시가 빚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 그것은 강남에 가 있는 제비에게 편지를 보내자는 엉뚱하고 놀라운 발상이다.

다음은 버들잎에 우표를 붙인다는 엉뚱하고 놀라운 생각이다.

우표를 붙였으면 주소를 써야 한다. 받는 주소를 어떻게 썼을까? ‘강남나라 제비님 귀하’라 썼을 게다.

편지도 쓴 것 같다. ‘제비님 빨리 와요!’ 하고 간단한 일곱 자 사연을 버들잎에 썼을 것 같다. 이것을 한 이틀 만에 강남 제비가 받아보도록 특별 속달로 부쳤을 것이다.  

겨울 추위를 피해서 강남으로 간 제비들은 고국 소식이 궁금하던 참이었다. 고국에서 온 푸른 편지를 돌려가며 읽고, “빨리 가야지” 하고 날개에 속도를 냈을 것이다.

동요시 ‘봄 편지’의 세계는 이처럼 기막힌  판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이 시의 내면만 들여다보았을 때의 느낌이다. 이 시의 작자와 시대 배경을 알고 보면 놀라운 뜻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시인 서덕출의 동요시 ‘봄 편지’는 광복 후 오랜 동안 국어 교과서에 실려 우리말 교재로 쓰이었고, 노래는 노래책에 실리어 음악교재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당시의 교과서에는 작자 시인의 이름, 작곡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므로 시와 노래를 바르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 시는 개벽사 발행 방정환 주간의 ‘어린이’지 1925년 4월호(통권 27호) 34쪽, ‘입선 동요’난에 울산 서덕출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그때의 원문을 살펴보면 아주 흥미롭다.

봄 편지

련못 가에 새로 핀
버들닙을 서요
우표 한 장 붓쳐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됴선 봄이 그리워
다시 차저 옴니다.

서덕출은 울산 출신으로,  다리와 허리를 못 쓰는 복합 장애인이었다. 학교 교육은 받지 못했으나 어머니의 도움으로 한글을 배워 시를 쓰게 되었다.

‘어린이’지에는 서덕출이라는 본명으로, 또 하나의 개벽사 자매지 ‘학생’지에는 서신월(徐晨月)이라는 예명으로 시를 발표했다.

동요시 ‘봄 편지’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제 침략기에 창작되었던 명작이다.

시의 중심은 ‘희망의 봄’이다. 당시의 노래들은 슬픈 것이 많았지만, 가장 희망을 주는 동요시가 장애인의 손으로 쓰여졌던 것이다. 

때는 3·1만세에서 6년이 되는 해였으니 만세의 열이 식지 않았던 때였다.

독립을 찾는 것이 나라의 ‘봄 찾기’였다.  ‘내가 걸어 다녔으면’ 하는 염원이 장애인 서덕출 시인의 ‘봄 찾기’였다.

이 시는 이런 두 가지 염원을 담고 있다. 서덕출 사후 1952년에 그의 동요시집 ‘봄편지’(자유문화사)가 출간되었다. 울산 학성공원에 서덕출의 봄편지 노래비가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381호 / 2017년 3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