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 뭔가요?
깨달음이 뭔가요?
  • 이동식
  • 승인 2017.03.06 13: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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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 한 명이 묻었다. “불교가 종교인가요? 불교는 종교가 아니잖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더니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깨달음이라는 것은 정신적으로 무엇을 모르다가 알게 되는 개념이니 일종의 철학이지, 종교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아 그런가? 깨달음을 얻는 불교는 종교가 될 수 없다는 것인가?

‘신이나 절대자를 인정하여 일정한 양식 아래 그것을 믿고, 숭배하고, 받듦으로써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얻고자 하는 정신문화의 한 체계.’ 이것이 종교에 대한 정의란다. 다분히 기독교를 의식한 정의로 보이지만, 그 정의에 비춘다고 하더라도 부처님의 깨달음을 통해 우주와 시간, 그 속의 모든 생명의 실체를 알고 그것이 주는 가르침을 믿고 따름으로써 궁극적으로 열반에 이르기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불교는 지극히 당연하게 종교다.

그렇게 본다면 종교로서의 불교의 요체는 부처님이 먼저 깨닫고 우리에게 알려주신 그 깨달음이 무엇이냐는 것이고, 그 깨달음을 알고 실천하면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 하겠다. 그럼 깨달음은 무엇이고, 무엇을 깨닫는다는 것인가? 깨달음은 흔히 말하는 열반이나 해탈인가? ‘화엄경’이 말하는 진리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 ‘금강경’에서 말하는 공(空)을 이해하는 반야지혜, 혹은 ‘열반경’에서 말하는 불성, 그것이 깨달음인가? 선을 하는 조계종 스님들은 자신을 바로 보라, 자신의 마음을 보면 부처가 된다며 한자말로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고 하는데 그 마음을 보는 것이 깨달음인가?

어떤 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깨달음이란 문득 오는 것이라고도 하는데 그 때의 깨달음은 어떤 것인가? 깨달음이란 수행을 통해 이르는 궁극적 경지라는 말도 있던데, 그렇다면 오랜 세월 수행을 해야 얻어지는 것인가? 수행을 아무리 오래 해도 마음을 바로 보지 못하면 깨달을 수 없다는 말은 또 무엇인가? 이것을 모르니 절에 가서 부처님의 이름을 부르며 수십 수백 번 절을 해도 부처님이 우리에게 무슨 가르침을 주고 무슨 힘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누가 속 시원하게 말해주실 분이 없는가?

깨달음은 진정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신비한 무엇인가? 정말로 아주 높고 대단한 관념적 세계, 혹은 높은 철학인가? 깨닫게 되면 갑자기 은산철벽이 무너지듯 눈앞이 환하게 열리고 초월적 어떤 능력이 생겨나는가? 그런 것이 깨달음이라면 어떻게 그것을 얻을 수 있는가? 무문관에 들어가서 몇 년 동안 바깥 세계와 담을 쌓고 묵언수행을 해야 하는가? 손가락에 촛농을 바른 헝겊에 불을 붙여 소신공양을 해야 하는가? 하루에 삼천배씩을 계속해야 깨달음이 오는가?

부처님은 중생들의 고통을 눈으로 보고 그러한 고통이 왜 오는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넘을까를 고민하시다가 드디어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학교에서 배운 것 같다. 그런데 불교에 가까이 와서 보니 그 깨달음이란 것이 무척 어렵고 복잡하다. 명상을 해서 참 나를 보라고 하는데 아무리 눈을 감아도 잠만 오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왜 부처님이 먼저 보신 깨달음은 이리 어려운가? 부처님 말씀의 핵심은 ‘세상은 공(空)이요, 생명은 유한하니 그것을 깨달으라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것을 깨닫고 바른 생각으로 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살면 부질없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아집과 욕심을 버릴 수 있고 죽음의 공포도 벗어날 수 있다고 하신 것이 아닌가? 그것은 정말 아주 쉬운 가르침이고 그걸 깨닫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 같지 않던데 예불 때 보면 불교는 온통 한자말과 온갖 주문으로 복잡하고 외울 것도 많고…. 그런데도 부처님이 뭘 깨닫고 무슨 말씀하시는지 확 안 들어오니 그만큼 절과 스님을 어려워하게 되는 것인가?

이동식 언론인 lds@kbs.co.kr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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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는 2017-03-06 20:57:03
깨달음 병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깨달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습니다. 깨달음이 장신구가 되버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