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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눈 실명…왼쪽 눈도 위험

  • 상생
  • 입력 2017.03.06 16:24
  • 수정 2017.03.0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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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캄보디아 이주민 소젠씨는 대학교 학비 마련을 위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비록 한 학기뿐이었지만 대학에서의 공부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도 손 벌릴 곳이 없었다. 공부를 하려면 등록금이 있어야 했다. 평생 농사일만 하신 부모님께 등록금을 부탁하기엔 집안 사정을 너무나 잘 알았다. 형 2명이 농사일을 돕고 있지만 농사일엔 여전히 사람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며 청춘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딱 3년만 돈을 벌고 돌아가리라 마음먹었다. 대학교 등록금과 가족들에게 보낼 생활비. 그 생각만 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캄보디아 청년 소젠(26)은 그렇게 한국에 왔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소젠씨
대학 등록금 마련위해 한국행
농장·공장 취직해 학비 벌어
보험 적용 안돼 치료비 막대

2013년 처음 한국에 왔다. 일을 시작한 곳은 경기도 여주의 인삼 농장. 한국에 와서도 농사일을 해야 하는 것이 흔쾌하지는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익숙히 해왔던 일이기에 빨리 적응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선택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농사일은 또 달랐다. 몸은 점점 약해졌다. 약간의 회복기간을 갖고 버섯 농장에 취직했다. 그러나 한 번 약해진 몸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1년3개월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캄보디아로 돌아갔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꿈은 쉬이 놓아지지 않았다. 고향에 돌아가 쉬면서도 한국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계속 공부했다. 몸이 회복되면 다시 한국으로 가 학비를 벌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농사를 지어야 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부모님의 일을 이어받기보다는 대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1년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에서 돈을 벌며 대학 진학에 대한 꿈이 손에 잡히는 듯했습니다.”

몸을 회복하고 학비를 벌기 위해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은 덕에 입국하는 데 필요한 시험에 단번에 합격했다. 이번에 들어간 곳은 섬유 공장이었다. 하루 11시간 일을 하고 일요일만 쉬는 곳이었다. 많지 않은 돈이었지만 등록금과 집으로 보낼 생활비를 차곡차곡 벌고 있었다. 일요일에는 한국어 공부를 하며 한국 문화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갑작스레 오른쪽 눈이 시려왔다. 개의치 않고 넘겼던 게 화근이었다. 눈이 점점 아파왔지만 일을 할 수 있었기에 통증을 견디며 공장에 나갔다. 5개월을 그 상태로 지내다 보니 심한 열감과 함께 눈의 통증이 계속됐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다.

홍채후유착과 베체트병으로 인한 우안 실명은 물론 양쪽 눈 모두 포도막염 감염. 오른쪽뿐 아니라 왼쪽 눈까지도 흐리게 보이는 이유였다. 홍채후유착은 동공을 이루는 홍채에 염증이 발생해 검은자 주위가 충혈되며 시력 감퇴 등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베체트병은 전신의 혈관에 염증을 나타내는 질환 중 하나로, 증상으로는 만성적인 궤양이 구강과 성기에 자주 재발되고 눈과 피부 등에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질병이다. 눈에 발생할 경우 실명의 위험이 있다.

대학교에 가서 공부할 것만을 꿈꾸던 소젠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일을 하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너무나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몸이 아프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커져갔다. 나머지 눈마저 보이지 않게 되면 스스로의 삶을 돌보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가족에게 되려 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만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일을 그만두니 공장에서 제공해 줬던 숙소에도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됐다. 다행히 린사로 스님이 주지로 있는 군포의 캄보디아 이주민센터에 연락이 닿아 그곳에 머물며 지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이들이었지만 같은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뜻한 위로가 됐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등산도 하는 일상 자체가 오랜만에 마주하는 편안함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혹했다. 지금까지 모아둔 돈은 모두 병원비로 쏟아부었던 탓에 계속되는 검사와 치료로 청구되는 병원비를 갚을 길 없다. 보험 적용도 되지 않은 채 나오는 치료비는 벌이가 없는 소젠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다.

오른쪽 눈은 잃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왼쪽눈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눈의 염증이 가라앉아야 수술이 가능해 병원에서 검사 받으며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시야는 흐려지고 눈부심이 심해 외부활동은 어렵지만 의사의 처방에 따라 수술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대학교에 진학해 전공과목인 경제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금융계로 진출해 한국-캄보디아 금융 협력에 기여하려고 합니다. 시력을 회복해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이 저에게도 언젠가 주어지겠죠?”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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