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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원 관음종 사무국장-상

산사의 여유 꿈꾸며 종무원이 되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하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어머니로 인해 부처님을 알게 됐고,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자인 아내를 만나, 아내 덕분에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이 주례를 섰고, 홍파 스님의 제안으로 지금 법인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으니 인연의 끈은 분명 존재하는 듯하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던 그 인연이 또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니 어느 하나 허투루 대할 수 없는 이유다.

봉원사서 뛰놀며 불연 맺어
아내 덕분에 홍파스님 주례

어린 시절 서울 마포에 살았던 나는 어머니를 좇아 절에 가기를 좋아했다. 너른 절 앞마당서 뛰노는 게 좋았고, 가끔 스님들이 쥐어 주는 사탕은 더욱 좋았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렇듯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사찰에서의 재미는 일상에서 조금씩 흐려졌다. 어린 시절의 나는 ‘불자’라기보다는 ‘심정적 불교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싶다.

그나마 1991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부처님과의 인연은 완전히 멀어졌다. 산더미 같은 업무에 파묻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공휴일에 무언가를 한다는 것, 그것도 신행활동을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더욱이 1995년 결혼과 1997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간은 더욱 바삐 흘러갔다. 처음 손을 댄 ARS 서비스사업은 실패했지만, 두 번째로 시작한 PC방 사업이 스타크래프트 등 온라인게임 열풍을 타고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PC방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가격경쟁은 격화됐고, 조금이라도 수익을 늘리긴 위해선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여야 했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 더욱 바빠진 일상 등 경제적 상황과 삶의 질은 반비례했다.

황폐한 생활이지만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내 덕분이었다. 충북 옥천이 고향인 아내는 어려서부터 불교학생회에서 활동했고, 결혼 후에도 신행활동에 적극적인 참 불자다. 고향서 다닌 사찰이 관음종 종찰이다보니 홍파 스님과도 인연이 있어 결혼식 주례까지 해주셨고, 덕분에 나도 묘각사와 연을 맺게 됐다. 무엇보다 묘각사와 홍파 스님이 주는 푸근함이 좋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아내가 길을 나서면 되도록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 종단의 일이라면 지금도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나선다.

그러던 어느 날 홍파 스님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관음종 사무국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솔깃했다. 당시 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였다. 40대를 앞둔 나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불교 일을 한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비록 도심 속 공간이지만 산사의 여유와 호젓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04년 5월 관음종 사무국 업무과장이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행정이란 게 알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모르면 전혀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직함은 과장인데 아는 게 없으니 멀뚱히 자리를 지키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낸 후 첫 번째 일이 떨어졌다. 지방 모 사찰의 입종년월을 확인해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서류함을 여는 순간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목차도 없는 서류뭉치가 등록된 순서대로 쌓여있어 앞장부터 일일이 넘겨가며 직접 확인해야 했다. 등록된 사찰만 700곳이 넘는데 그나마 서류가 없다면 헛일이었다.

정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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