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 통합예술치유 측면 고찰
생전예수재는 축제 문화콘텐츠
약물중독 치료에 명상 ‘효과’
조선초기 ‘승’ 의미 변화 조명
세친 극미설 철학적 전이 추적
운문이 활용한 선어 골격 규명
명상으로 노숙인들 동기 부여
승범 스님(곽성영)의 ‘생전예수재의 현장론적 이해와 의례의 축제성’(동방문화대학원대)은 종교적인 사상과 신앙심을 고취시킬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귀중한 민속문화로서 생전예수재의 성립과 역사적 전개, 기본구성과 특성 등을 상세히 서술한 논문이다. 나아가 화청과 춤을 곁들여 도량을 축제의 장으로 만든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생전예수재의 축제적 성격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불법을 수호하는 법당에서 춤과 노래를 진행함으로써 부처님에 대한 불경(不敬)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대중들에게 축제의 장으로 승화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구굿을 연극으로 만든 ‘오구’와 영산재를 뮤지컬로 만든 ‘니르바나’와 같이 생전예수재 또한 현대사회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재인식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배호 박사의 ‘차명상의 중도적 기능에 대한 연구-초기불교의 삼학을 중심으로’(서울불교대학원대)는 차명상이 불교수행의 핵심인 중도의 사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차를 다루는 구체적인 명상과정이, 또한 실용적 불교수행의 토대도 된다는 점을 규명하고 있다. 김배호 박사는 차를 다루는 과정이 절제와 계행을 쉽게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므로 계학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이는 정학의 영역으로 확장된다고 설명한다. 정학의 성장은 다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지혜의 힘을 키우는 바탕이 되는데, 결국 혜학의 성장기회를 얻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도, 팔정도, 삼학의 특징을 골고루 갖춘 차명상은 중도적 가르침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실천방법으로서 시대에 부합하는 명상주제임을 확인했다. 윤혜진 박사의 ‘약물중독자를 위한 집중명상프로그램 개발’(서울불교대학원대)은 약물중독자들의 치유와 재활에 집중명상을 접목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오랫동안 약물중독자들을 상담하고 교육해온 윤혜진 박사는 27명의 약물중독자들을 선정해 13명은 집중명상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했고, 14명은 평소와 같은 교육을 받도록 했다. 그 결과 자기통제력, 단약자기효능감, 자기자비의 수치가 후자의 경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했지만, 전자의 경우 모든 영역에서 수치가 증가해 집중명상프로그램의 효과를 입증했다. 인터뷰를 통해 질적연구에서도 실험 참여자들은 자기자비명상 등을 통해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약물중독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집중명상을 제시하고 있다. 양혜원 박사의 ‘조선초기 법전의 승(僧) 연구’(서울대)는 ‘조선왕조실록’ ‘경제육전’ ‘경국대전’을 분석해 조선초기 사회에서 ‘승’은 어떤 존재이고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고찰한 논문이다. 특히 ‘경제육전’과 ‘경국대전’에서 ‘승’ 관련 조문을 추출하여 조선초기부터 대규모로 존재하던 승은 국가로부터 도첩(度牒)을 받은 도첩승과 받지 못한 무도첩승의 두 부류로 나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어 ‘경제육전’(1397년) 체제에서 도첩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격은 ‘양반 자제’라는 상층신분과 정전(丁錢)을 납부할 수 있는 경제력이었고, ‘경국대전’(1470년) 체제에서는 지정된 불교경전에 대한 암송과 정전을 납부할 수 있는 경제력이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경국대전’ 체제에서는 법적 지위도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밝혔다. 이규완 박사의 ‘극미(極微) 해석을 통해 본 세친 철학의 전이’(서울대)는 세친이 ‘유식이십론’에서 제시한 명제들을 추적해 그의 철학적 전이과정을 극미설에 초점을 맞춰 탐색한 논문이다. 세친은 ‘유식이십론’을 통해 삼계가 오직 표상(表象)일 뿐이라는 명제에 도달했고, 아비달마철학에서 인식과 대상으로 구분됐던 두 영역은 ‘오직 표상일 뿐’의 논증으로 하나의 가설적 존재로 통합됐다. 세친은 아비달마철학에 대한 상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량부 상좌의 혁신적 개념들을 수용해 자신의 철학으로 통합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국 상좌 슈라라타의 심신 이원적 인식존재론에서 극미의 실재성을 포기하고 법무아를 수용함으로써 유식으로 전향하게 된다. 이규완 박사는 “세친은 중국 법상철학과 인도·티베트 인식논리학이 분기하는 철학적 단초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마해륜 박사의 ‘운문문언 선사상의 연구’(고려대)는 운문선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선에서 자신의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 배경과 양상을 검토하고, 그것을 토대로 운문이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재구성했는지에 대한 연구다. 운문은 선어에 대한 타성적 이해와 해석을 교란하고 기존 관점을 낯설게 만드는 장치로 관문을 활용했다. 관문은 의미를 통한 추구의 길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어떠한 의미화도 불가능하게 하는 형식이다. 특히 운문이 활용한 삼구는 고정된 해석을 통해 이해되던 선어를 낯설고 새로운 언어로 되살리기 위한 방법적 장치였다. 이를 통해 운문의 선사상이 원오극근과 대혜종고에 의한 해석과 수용을 거쳐 남송대 간화선의 방법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고찰했다. 정순화 박사의 ‘남성 노숙인을 위한 해결중심 명상치료프로그램 개발 및 참여 경험’(선문대)은 남성 노숙인의 삶의 개선에 있어, 단순하게 주택 제공만이 아니라 심리사회적 변화에 따른 전문 상담 심리치료와 지원이 지속적·단계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 논문이다. 이를 위해 대화 자체를 꺼려하는 남성 노숙인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내적 자원과 강점을 발견하게 하는 해결중심 명상치료프로그램을 활용했다. 그 결과 실험 참여자들은 노숙의 원인과 동기,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동기를 인식하게 됐다. 또한 이를 긍정적 마음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가치도 다시 한 번 자각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정순화 박사는 “상담자가 해결중심 명상치료프로그램에 관한 사용방법을 습득해 이를 상담현장에서 적극 활용하고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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