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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쿡쿠라자타카

부처님 지혜·용기 드러낸 전생이야기

▲ 태국중부 수코타이(Sukhothai) 왓시춤(Wat Si Chum)의 쿡쿠라자타카(Kukkura Jātaka).

‘자타카’에는 부처님께서 전생에 동물로 태어나 동물의 한계를 넘어서 인간도 하기 어려운 덕행을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물론 부처님께서 동물로 태어나 행했던 자기희생이 강조되고 있지만, 부처님의 넘치는 지혜와 용기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는 ‘자타카’도 있다. 대표적으로 부처님께서 전생에 개로 태어나 모든 동물들을 구한다는 ‘쿡쿠라자타카(Kukkura Jātaka)’는 인도 전역에 널리 알려졌으며, 동남아시아로도 확장되어 미얀마 바간(Bagan)의 아난다(Ananda) 사원과 태국 수코타이(Sukhothai)의 왓시춤(Wat Si Chum) 사원에서 벽화로 나타나고 있다.

개로 태어났던 부처님이
자비심을 내어 왕 설득해
위기에 처한 많은 개 구제

전생에 친지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 적이 있다며 시작되는 이 이야기에서 부처님께서는 용기와 지혜를 갖춘 집 없는 개들의 우두머리로 나타난다. 어느 날 바라나시의 왕인 브라마닷타(Brahmadatta)가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를 타고 사냥을 갔다가 왕궁으로 돌아온 후 마차를 안마당에 세워 둔 적이 있었다. 이날 밤에 비가 와서 가죽으로 장식된 마구와 가죽 끈이 물기를 머금고 부드럽게 되자 왕실의 사냥개들이 안마당으로 와서 마구와 가죽 끈을 먹어버리는 일이 생기게 된다. 다음날 신하들은 집 없는 개들이 왕궁에 들어와서 왕의 마구와 가죽 끈을 손상시켰다고 보고했다. 화가 난 브라마닷타 왕은 도시의 모든 개들을 죽여 버릴 것을 명령한다. 왕의 군사들이 도시의 개들을 죽이기 시작하자 겁에 질린 개들이 우두머리 주변으로 몰려들게 된다. 개들의 우두머리인 부처님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왕궁은 경비가 삼엄해서 집 없는 개들이 들어갈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되고 죄 없는 개들이 죽어가는 것에 가슴 아파한다.

그리고 힘없이 죽어가는 개들에 대한 자비심으로부터 본인이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굳게 결심하고 도시의 모든 개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안심시킨 후 홀로 왕궁으로 들어간다. 왕과 대화를 나누면서 왕이 왕실의 사냥개들은 살려두고 다른 개들은 모두 죽이려는 것을 알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지금 왕이 하는 일은 죄가 있는 개들을 잡아서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생류를 학살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왕을 설득한다. 그리고 진범을 잡아주겠다고 선언한 후, 버터우유에 질긴 풀을 섞어서 왕실의 사냥개들에게 먹이게 한다. 사냥개들이 이를 먹고 구토를 하자 마구와 가죽 끈이 질긴 풀과 함께 나오면서 진범이 확실해진다.

비록 개로 태어났지만 인간보다도 더 뛰어난 지혜와 용기를 보여준 부처님에게 감복하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친 왕은 자신이 통치하는 도시에서 어떠한 개도 죽여서는 안 된다고 명령한다. 그리고 왕이 가르침을 청하자 개의 우두머리인 부처님께서는 불살생계를 포함한 5계를 왕에게 가르쳤다. 이후 왕은 자신이 통치하는 도시에서 개들만이 아니라 모든 생류들을 죽이지 못하도록 명령한다. 즉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와 용기가 이 땅의 모든 생류들을 구한 것이다. 이때 인간인 왕은 아난다이고 집 없는 개들은 불교인들이며 개들의 우두머리가 자기 자신이라며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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