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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

기자명 이제열

보리심 내지 않으면 부처님도 설법 안했다

‘그때에 장자의 아들 보적이 부처님을 찬탄하는 게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500인의 아들들이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으니 이제 부처님으로부터 불국토가 청정해진 일에 대해 알고자 하나이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여러 보살들이 불국토를 청정히 하는 인행에 대해 말씀해 주옵소서.’

설법을 듣기 위한 전제 조건
보리심 없이는 성불 불가능
모든 대승 경전에서도 강조
한국불교 문제는 보리심 결여

부처님의 설법 방식은 대부분 제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부처님은 제자들이 묻지 않으면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것은 부처님이 설법에 인색하거나 자비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설법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먼저 법을 설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고 쓸데없는 행동이 되기 쉽다. 부처님은 제자나 사람들이 찾아와 질문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셨다. 상대방이 어떤 의문을 지니고 부처님께 여쭈면 부처님은 그를 칭찬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소상하고 심도 있는 답변을 하셨다. 부처님 당시부터 불교의 설법 형태는 질문과 답변 그리고 토론 방식으로 행해졌다. ‘유마경’에 있어서도 본격적인 설법의 시작은 보적의 질문으로부터 비롯된다.

보적은 먼저 부처님께 질문을 드리기 전 자신을 비롯한 친구들 500명이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고한다. 이는 부처님께 자신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들을 수 있는 그릇과 소질을 갖추었으니 법을 설하셔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처님께 법을 묻고 그에 대한 말씀을 듣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는 것이다. 비록 부처님을 향한 믿음이 견고하다 할지라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지 않은 사람은 설법을 들어도 흥미도 없고 아무런 감동도 일어나지 않는다. 설법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것은 더구나 당연하다.

불자들 가운데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말뚝처럼 부처님을 향한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정작 마음 가운데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지 않는다. 설령 일으켰어도 아주 미약하고 그나마 언제 꺼질지 모른다. 또한 불교를 교리로만 접근하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이들이 적지 않다.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교리강좌를 듣고 혹은 포교사라는 명칭까지도 얻었음에도 정작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이 부족하다. 이는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취약점이다.

불교에서 지향하는 모든 것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이 없이는 불교의 행법과 결과가 나타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대승의 모든 경전에서는 법을 묻고 법을 설하는 조건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으로 삼는다. 대승경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적 역시 이 조건에 따르고 있으며 부처님은 이 조건을 인정하시고 그에 대한 답변을 설하고 있다.

이제 보적의 질문을 살펴보자. 보적이 부처님께 올린 질문은 간단하다. 불국토의 청정과 불국토에 이르는 방법을 묻는 내용이다. 본문에 인행(因行)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인행이란 불도를 완성하기 위해 닦아야 할 행위들을 뜻한다. 가령 불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고 보시, 인욕, 정진 등의 수행을 닦는 것을 인행이라고 한다. 한 가지 덧붙여 이 인행과 상대가 되는 단어로 과행(果行)이 있다. 과행이란 인행으로 불도를 완성한 부처님이나 보살이 중생들을 위해 일으키는 온갖 공덕행과 구제행을 가리킨다.

‘유마경’에서는 불국토에 나는 길과 실천법을 인행이라 하고 불국토로부터 중생을 제도하는 일을 과행이라 한다. 이러한 인행과 과행은 세상일에도 적용이 된다. 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인행이고 부자가 되어 잘살게 된 것은 과행이다. 보적의 과지는 불국토를 청정히 하여 그곳에 태어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지를 필요로 한다. 그 인지를 부처님께 묻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불국토와 그의 청정이란 무엇일까?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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