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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김형중의 내가 사랑한 불교시
49. 한승원의 ‘하얀 연꽃’연꽃 속에서 핀 관세음보살 친견
부처님 세상·화엄세계 기원한 시
김형중  |  ililsihoil10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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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7  14: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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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고양이의 죽어 썩은 물
뒷간 물
흘러 와서 고이고
카인과 아벨의 싸움이 한창인
누항(陋巷)의 시궁창에
뿌리내린
하얀 달빛 옷을 입은 여신의
생각도 헤아림도 없는 그윽한 향기 어린
아, 얼음 지치듯이
화엄(華嚴)을 지치는
사랑과 보시의 몸짓이여.

관념빠질 수 있는 연꽃이미지
사실적 모습으로 구체적 표현
하얀 연꽃의 흔들리는 모습을
가장아름다운 사랑·보시 묘사

한승원(1939~현재)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원효’ ‘초의’ ‘연꽃바다’ 등 불교소설로 이름이 있는 소설가다. 시집도 6권이나 된다. 그는 소설도 잘 쓰면서 시도 잘 쓴 양수겹장의 작가이다. ‘그는 “시를 여기(餘技)로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의 소설은 인간의 삶을 사유하고 우주와 교감하는데 불교사상이 바탕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단초가 된다.

‘하얀 연꽃’은 연꽃을 예찬한 시다. 흰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 밤, 연못에 핀 ‘하얀 연꽃‘을 바라보고 “하얀 달빛 옷을 입은 여신”이라고 노래했다. 연꽃 속에서 피어난 흰 옷 입은 관세음보살(白衣觀世音菩薩)을 본 것이다.

의상대사는 낙산사 동해바다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고 붉은 연꽃 속에서 솟아오르는 관세음보살을 친견하였다. 그때 의상대사가 바다에 몸을 던져 관세음보살을 영접한 곳이 홍련암(紅蓮庵)이다.

연꽃은 연못 속에서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꽃대 한 개에 한 송이씩 핀다. 그래서 서로 다투거나 시기하지 않는 꽃 중의 군자답게 고고하게 피어난다. 연꽃은 높은 산이나 맑은 물속에서 자라지 않는다. 보살이 머무는 곳도 그와 같다. 중생이 고통 받고 있는 세상인 사바세계에 머문다.

시인은 이 시에서 연꽃이 피어난 곳을 가장 냄새나고 더러운 곳인 “쥐와 고양이의 죽어 썩은 물/ 뒷간 물/ 흘러 와서 고이고”라고 하여 관념에 빠질 수 있는 연꽃의 이미지를 우리 주변의 현상세계에서 사실적인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생동감 있게 살려내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추악한 심성의 군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카인과 아벨의 싸움이 한창인 누항의 시궁창에 뿌리내린”으로 묘사하고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의 두 아들, 형 카인과 동생 아벨이 서로 질투하여 죽이는 골육상쟁의 이야기를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의 현실세계를 표현했고, 그런 땅에서 하얀 연꽃 보살이 피어남을 상상하고 있다.

오탁악세가 아닌 분별심이 없이 무심(無心)하게 피어나는 연꽃의 그윽한 향기에서, 얼음 위에서 미끄러져 달리듯이 순식간에 아름다운 세상, 화엄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하얀 연꽃이 흔들거리는 모습을 “사랑과 보시의 몸짓이여”라고 표현했다.

인간의 마음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이 사랑과 보시다. 베풀어주는 마음이 보살의 마음이고, 부처가 되는 길이다. 부처님 세상, 화엄세계를 기원하는 시다.

연꽃은 꽃이 피면서 열매가 동시에 열린다. 우리가 보리심을 처음 발하면 그 마음속에 깨달음이 이미 깃들어 있다. 연꽃은 묘하고 깊은 진리의 가르침을 주는, 진리를 상징하는 꽃이다. 송나라 주돈이는 ‘애련설’에서 “연꽃이 피면 고약한 냄새도 사라지고 연꽃의 향기가 가득하고, 잎의 모양이 둥글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줄기는 연하고 부드러워 강한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다”고 연꽃의 덕을 노래했다.

한승원은 가난한 시절에 부부가 단 둘이서 증심사 법당 부처님 앞에서 혼인식을 한 돈독한 불자다. 불교적 신행과 선적 깨달음을 그의 소설과 시에서 투철하게 투영해 온 작가다. 무안 화산 백련지는 동양 최대의 연꽃 서식지다. 7·8월 여름 무더위가 한창일 때 이곳은 화엄의 바다를 이룬다. 시골동네에 꽃길이 열리고 한바탕 꽃 잔치가 열린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82호 / 2017년 3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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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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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해 2017-03-09 16:16:51

    한승원 작가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입니다. 가장 불교적이고 모범적인 문인으로 포교대상감입니다.신고 | 삭제

    • 홍련 2017-03-09 14:18:00

      견우 직녀.단 두 사람
      부처님 전에서 결혼식!

      세상 그 어떤 시 보다
      가슴 아리고 찡하고
      강렬히 아름답네요.

      시인 한승원
      그 직녀님!
      영원한 부처님 법안에서
      오래토록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박사님!
      아름다운 사연
      감동지게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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